‘12·11 민주당 전당대회’ 4시간여의 야권통합과정 지켜보니
곳곳서 확성기로 “자폭하라”
여성당직자 때리고 멱살잡이
불법도 묵인하는 자기합리화
통합보다 舊態 먼저 청산해야 “야, 안돼~! 생각을 해봐. 어? 네 맘대로 되는 줄 아냐?” (KBS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 중에서)
요즘 인기있는 한 개그 코너의 유행어다. 같은 날 잠실체육관에서 끝난 12ㆍ11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 개그 코너처럼 “안돼”가 난무했다.
원래 각본대로라면 이 자리는 ‘통합을 위한 아름다운 축제의 장’이었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 발목을 잡은 것은 적군이 아니라 같은 편이었다. 전대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일부 원외위원장들은 확성기를 켜고 “지도부 자폭하라”, “체육관 입장을 거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곳곳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한 남성은 20대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렸다.
그러나 이들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대의원들은 소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통합 결의에 힘을 실어줬다. 광주에서 올라온 한 60대 당원은 “저러는 건 누워서 침뱉기다. 지도부를 따라가야지 저럴 거면 작년에 대표를 왜 뽑았나”며 혀를 찼다.
투표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역력했다. 전체 투표인원(5067명)의 88%(4427명)가 통합을 지지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찬반 토론에 나서자 “이제 그만 물러가라”, “내려오라”는 외침이 회의장을 덮었다.
그럼에도 통합 반대파는 “대의원증이 위조됐다”며 또 소동을 벌였다. 압권은 통합 발표 직전이었다. 발표가 늦어지자 술에 취한 몇몇 당원들은 생선 액젓과 비료를 연단에 던졌고 당직자들과 멱살잡이까지 했다. 이들은 통합결의가 선언된 뒤에도 전당대회장을 떠나지 않고 욕설을 퍼부었다. 90%가 넘는 대의원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결국 12ㆍ11 전대는 반대파의 ‘사사건건 발목잡기’에 온건한 대의원들만 피해를 본 꼴이 됐다. 물론 지도부도 밀실통합이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진행미숙 부분에서도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통합의 모든 과정이 볼썽사나웠다.
돌이켜 보면 이들 반대파의 모습은 18대 국회 동안 민주당이 보였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논리가 맞다면 다른 불법은 용납될 수 있다는 자기합리화가 앞섰다. 이번 예산안을 두고도 민주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며 법정 처리시한을 어기는 데 일조했다. 선후과정을 차치하더라도 헌법을 어긴 사실만은 분명하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상대 이야기를 듣지도 않는 몇몇 대의원들의 자세는 새로운 통합당에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구태가 아닐 수 없다.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인해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숙제만 남기고 끝나게 돼 씁쓸하다.
bigroo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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