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MB 물가실명제’ 허와 실

“관치 동원한 미시적 수단

물가잡기 고육책 불구

실제 영향은 제한적”

물가 딜레마에 빠진 MB 정부가 고육지책을 들고 나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MB 정부에 고물가는 이만저만한 악재가 아니다. 하지만 물가잡기에 쓸만한 카드는 거의 소진됐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통제는 시장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언젠가는 폭발한다. 그동안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잡기는 번번이 실패했다. 고육지책임에도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물가 딜레마는 최근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다. 물가는 환율, 금리 등의 거시요소와 개별 품목의 미시요소를 잘 버무려야만 잡힌다. 하지만 거시요소는 경제여건상 쓰기 어렵다.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가계부채발(發) 위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한국경제를 지탱해주는 게 수출이다. 수입물가를 낮추려고 원화가치를 높일 수는 없다. 수출 기업들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행정력을 동원한 미시적 정책수단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제 도입에 대해 “민심을 얻는다는 측면에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행정력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농축수산물 가격은 수급조절이나 유통구조 개선으로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고, 백웅기 상명대(금융경제학) 교수는 “국민에게 의지를 표명한다는 차원에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국제유가와 국내 서비스 요금이다. 임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지만, 학원 등 개인 서비스 요금에는 인상자제 권유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유가를 컨트롤할 수 없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면 환율도 올라간다”며 “한국경제가 대외변수에 매우 취약한데 정부의 행정력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화신용정책을 통한 거시적 해법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개별 품목을 깊숙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품목별로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며 대안 제시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도 정부의 미시적 접근법에 한계는 있어 보인다. 수급조절이나 유통구조 개선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더라도 인위적인 억제책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는 인상을 지연시키는 것뿐”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물가안정에 국민이 동참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특정 품목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 대응(일종의 사재기)을 할까 두렵다”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을 때 신뢰를 얻기 위한 정책은 되레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수진작은 재정이나 일자리 창출로 해결해야 한다. 금리정책으로 해결할 게 아니다”고 조언했다.

SC제일은행 오석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중 한 가지는 희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논리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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