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 송아지 한 마리 값이 1만원도 안 될 정도로 산지 소 값이 폭락했다. 사료 값이 비싸서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불합리와 비상식, 탐욕과 불신 등 우리 사회 문제를 모두 망라한 종합판이란 점 때문이다. 소 값이 올랐다고 앞뒤 생각 없이 무작정 입식을 늘린 사육농가의 탐욕과 배짱, 뻔히 폭락 사태가 예상되는데도 방치한 당국의 무능과 무관심, 산지 소 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요지부동인 비상식적인 음식점 쇠고기 가격, 복잡한 유통구조와 불합리한 마진 등 그 예를 일일이 들기 어려울 정도다. 모두가 화급히 시정돼야 하지만 왜곡된 유통구조와 음식 가격은 당장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다. 농축산물은 산지 가격이 소비 현장에서 신속히 연동돼야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대로 이어져 다시 가격을 지지하고 끌어올리는 시장 기능이 작동한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유통 마진과 비싼 음식 값에 가로막혀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는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고 8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며 가격 거품이 생겨난다. 대략 소비자가격의 30%를 유통 마진으로 보나 실제로는 훨씬 더 높다. 이 거품을 걷어내야 우리 축산업도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대형 정육식당, 마트 등에서 산지와 직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폭 늘려야 한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소 값이 내려도 소비자들은 늘 비싼 음식점 쇠고기를 사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1년여 사이에 한우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음식점에서 갈비와 등심 값이 내렸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원재료 값 말고도 인건비ㆍ임대료 등의 비중이 높아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주장은 강변이다. 그렇다면 산지 원재료 값이 오를 때 발 빠르게 따라 올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보호단체 등 모든 경로를 통해 비상식적인 음식 값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지도가 뒤따라야 하지만 그것도 없다. 생활밀착형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반면 중간 유통단계를 대폭 줄여 저렴한 가격으로 쇠고기 메뉴를 내놓는 정육식당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등 지원을 늘려 소비 확산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착한 가게와 나쁜 가게를 정부가 구분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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