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5일간 국가정상급 환대…親民之旅 통한 중국 알리기로 강성 이미지 탈피 노력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하방(下方)생활을 겪었던 ‘시골 촌뜨기’가 중국의 ‘미래권력’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미국시간으로 13일 오후( 한국시간 14일 새벽) 워싱턴DC에 도착해 4박5일간의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방미 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의회 지도부 인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또 미·중 관계에 대한 연설과 함께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도 방문한다. 이어 1985년 허베이(河北)성 현(縣)서기 시절 방문한 아이오와 주의 시골마을을 다시 찾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미국은 시 부주석이 앞으로 중국을 이끌 인사인 만큼 바이든 부통령이 일정 내내 동행하는 등 국가 정상급에 해당하는 환대를 베풀고 있다. 백악관은 시 부주석에 대한 이 같은 환대가 “미·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시 부주석의 방미를 ‘친민지려(親民之旅)’라 부르며 그의 이미지를 빛내는 작업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시 부주석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미국인에게 중국 알리기를 노리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를 놓고 ‘중국의 미소외교(smile diplomacy)’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미국 방문은 10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부주석의 방미와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당시 후 부주석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미국에 경제협력을 기대하며 아쉬운 소리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위상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번 방미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국인 미국과 조화로운 모습을 연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충돌이 불가피한 민감한 현안을 비켜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진핑은 아버지가 권력투쟁에서 실각한 1969년과 칭화(淸華)대 졸업 3년 뒤인 1982년 두 번 지방으로 내려갔다. 훗날 그는 하방생활에서 ‘현장에서 배우는 것’과 ‘자신감’이란 두 가지 수확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시 부주석의 이번 방미는 차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평가받는 시험대다. 중국의 차기 대권을 예약한 ‘시골 촌뜨기’의 힘이 이번 방미에서도 발휘될지 중국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py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