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뉴타운은 이태원 등지의 허름한 주택가를 고층 아파트 촌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재 용산구 보광동, 한남동, 서빙고 등지는 수십 년 된 가옥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미로같이 구불대는 도로는 사람 한 두 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차는 커녕 오토바이도 지나다니기 버겁다.

남산 뒷자락에서 한강 기슭까지 판자촌을 이루는 이 일대는 모두 5구역으로 나눠져 뉴타운 사업이 진행된다. 어느 구역이나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고, 그 이유도 비슷하다.

반대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구역은 한남뉴타운1구역이다. 흔히 ‘이태원 시장’이라고 부르는 옷 가게와 술집, 앤티크 가구 거리가 대로변에 늘어서 있고, 안쪽으로는 낡은 주택들이 빽빽하다. 뉴타운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들 상가와 신축 빌라 주인들이 대부분이다.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매달 나오는 상가나 원룸 임대수익을 포기하고 아파트 1채를 분양받는 데 그쳐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1구역 뿐 아니라 2~5구역을 비롯한 대부분의 뉴타운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1구역의 경우 작년 8월 조합 추진위원회가 주민 751명 중 과반 이상(384명)의 동의를 얻어 승인됐다. 추진위는 51% 이상의 주민들이 찬성, 150~160개 되는 상가 주인을 비롯한 20%의 사람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개발을 목적으로 한 외부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 간 조율은 쉽지 않다. 때문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건 나머지 30%의 주민들이다. 조합추진위와 뉴타운 반대주민모임은 30%의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각각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관망세를 보이는 30%는 이태원 일대에 수 십 년간 거주한 원주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약 70% 선까지 추산되는 외지투자자들과 비교해 개발 의지가 약하고 관심도가 떨어진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원주민들은 뉴타운 사업의 내용이나 형식에 대해 외부인들보다 지식이 부족한 편”이라며 “사업계획서가 나와 수익성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면 원주민 분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1구역 추진위는 내달 말까지 개략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4월부터 조합동의서 징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반면 개발을 반대하는 쪽도 추가 분담금을 비롯해 과거보다 약해진 수익성 등을 근거로 원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후, 관망하던 십여명의 원주민들이 뒤늦게 추진위 설립 동의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기존에 찬성했던 주민들 서너 명은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인근 K공인관계자는 “반대하는 분들의 비율이 15%를 넘어 실태 조사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한남 뉴타운 전체의 사업 속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2, 3, 5구역은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내부 갈등을 접고 찬성표를 던지며 지난달 조합설립 동의율이 75%를 넘었다. 2구역은 내달 18일, 5구역은 31일 조합설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3구역은 4월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자영 기자 @nointerest0 /nointeres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