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바람 부는 길(11)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어떻게 해서 유호성의 마음을 바꾸자는 게요? 돈이나 왕창 푼다면 몰라도… 지금 우리는 빈털터리잖소.”

“미인계를 써야지요.”

“미인계? 그럼 강유리 선수를 이용하자는 말인가?”

“그래요. 하지만 별로 어렵지는 않은 일이에요. 약간 추운 것이 흠이긴 하지만, 독감 예방주사 한 대 맞고 시작하면 괜찮을 거예요.”

“어떤 방법이기에 예방주사까지 맞아야 해요?”

“비키니 차림으로 스키장 활주를 한 번만 하면 돼요. 거성그룹에서 게릴라 레이싱을 벌이는 바로 그 스키장에서 말입니다.”

“안 됩니다, 신 여사. 이 추위에 비키니를 입히다니.”

강준호는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세상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에 남의 귀한 딸에게 비키니를 입혀 스키장을 활보하게 하다니… 그러나 강유리가 그의 친딸인 줄을 전혀 모르고 있는 신희영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치는 그의 행동이 오히려 이상할 뿐이었다.

“독감 예방주사를 미리 맞힌다니까요?”

“감기에 걸릴까봐 그러는 게 아니라고요. 왜 우리 애를 한낱 남의 구경거리로 만들려고 하십니까?”

“우리 애? 말씀 잘 하셨네요. 그만큼 유리 양을 아끼고 있단 뜻이겠지요? 나 역시 마찬가지예요. 나는 지금도 강유리 양을 내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한다고요.”

우리 애… 하마터면 정체를 탄로 낼 뻔한 실수에 그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신희영은 둘이 부녀 사이란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며느리로 삼고 싶네, 어쩌네 하는 말투로 보아서도 그 점이 확실했다.

“딱 한번! 딱 한번만 비키니 차림으로 스키를 타준다면 호성이를 우리 팀 골프선수로 끌어들일 수 있어요. 확신합니다.”

“어떻게 확신하시는지 들어보기나 할까요?”

“그럼 잘 들어 보세요…”

신희영은 열변을 토했고 강준호는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그녀가 내세운 방법은 스키장이 가장 붐비는 순간을 택하여 비키니 차림의 강유리가 스키를 타고 활강토록 한다는… 단순명료한 미인계였다. 잔뜩 옷을 껴입고 무리 져 있는 사람들 틈에 옷 벗긴 예쁜 여자를 투입한다는 발상부터가 미인계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방법 아니겠는가.

“남의 이목은 확실하게 끌겠지요. 강유리 선수가 오죽 예쁩니까?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비키니 차림에 스키를 내달리면 웬만한 놈들은 껌뻑 죽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남의 이목을 끈다고 해서 유호성 선수가 우리 품으로 되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확실히 돌아옵니다. 그 애의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글쎄 어떻게 오냐고요.”

“그날 방송국에서 게릴라 레이싱 실황을 중계방송 한다고 했지요? 중계방송 하는 것만 확실하다면 우리 호성이를 되찾아 오는 것도 확실합니다. 강 프로님은 유리 양이 비키니를 입도록 꼬이기만 하면 됩니다. 나는 눈밭에서 제일 선명하게 드러나는 예쁜 비키니 한 벌을 준비해 놓을게요.”

신희영은 그의 두 손을 맞잡은 채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중계방송을 전제하는 것으로 보아 텔레비전과 연계된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듣기로 게릴라 레이싱은 라이브로 생 중계 된다던데… 혹시 그녀가 생방송으로 주책을 떨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