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류정일 기자] 아이들의 웃음과 탄성이 가득했다. 우리 몸속 과학세계부터 지구를 살리는 환경과학까지, 전기차 운전에서 3D 입체영상관 체험까지 어린이들은 즐겁게 놀면서 미래 과학의 생생한 꿈을 직접 체험하며 배우고 있었다.
지방에 세워진 최초의 사립과학관인 ‘LG사이언스홀 부산’은 IMF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어렵던 1998년 부산 진구 연지동에 ‘부산 LG청소년과학관’이란 이름으로 건립됐다.
미래의 에디슨을 키우는 과학 놀이동산의 터는 LG가 국내 최초로 크림 타입 치약과 PVC(폴리염화비닐) 등을 생산, 국내 화학산업의 출발점이자 LG그룹의 발원지가 된 락희화학공업사의 연지동 공장이 있던 곳이다.
개관 당시 구자경 명예회장은 “초창기의 LG화학 공장터에 과학관이 들어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꿈을 키워주고 관람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암의 숨결이 생생한 곳에서의 소회 때문이었을 게다.
건립 당시 LG는 치약 및 생활용품 공장을 충북 청주로 옮기면서 공터가 될 이곳 부지에 향토기업으로서 부산 시민들을 위한 공익시설 건설을 검토했고, 평소 체험을 통한 과학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구 명예회장의 신념이 과학관으로 현실화됐다. 구 명예회장은 평소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체험을 통한 과학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해왔고, 이미 1987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준공하며 서관에 ‘LG사이언스홀 서울’을 건립한 뒤였다.
1945년 해방 직후 연암은 식솔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진출했다. 해방된 조국에 당장 필요한 것은 생활필수품이고, 이를 들여올 곳은 교역이 용이한 곳이 될 것이란 확신에 따른 것이었다.
부산 서대신동 단층집에 거주하며 집에서 최초의 제조업으로서 럭키크림을 성공시킨 연암은 6ㆍ25 전쟁의 와중에도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그리고 질 좋은 제품을, 질 좋은 용기에 담자는 의지 하나로 플라스틱 생산에 뛰어들었다.
플라스틱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연암은 미국으로부터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도입에 성공했고 범일동에 공장을 차렸다. 이곳에서 만든 빗과 비눗갑, 칫솔은 만드는 대로 팔려나갔고, 이를 채울 치약과 비누 생산에도 곧장 나섰다. 이때 만들어진 곳이 연지동 공장으로 1955년 1월 시험가동에 들어가 3월부터는 럭키치약을 생산했다.
집과 공장의 경계가 없었던 당시 공장 바로 옆의 2층집이 연암의 사택으로 지난 1980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외벽만 꾸며 현재 ‘연암기념관’으로 탈바꿈했다. 명함, 여권, 골프채 등 연암의 유품과 사진들, 초창기 LG의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 연암이 설립한 회사들의 창립서류, 초기 생산공장들의 모습과 곳곳에서 연암의 어록도 볼 수 있다.
정갈하게 꾸며진 사택의 1층에는 연암의 집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낡은 책상은 연암의 검소함을 대변하고 있고, 락희화학이 초창기 생산했던 제품들은 옛 영광과 추억에 잠기게 한다. 이곳에서 국내 최초로 비닐시트를 생산해 농촌에 비닐하우스를 공급했다. PVC파이프로 만든 훌라후프는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크게 유행하면서 당시 문교부 장관이 훌라후프가 건강에 해롭다는 발언을 했을 정도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 이곳에서 생산된 럭키치약은 미국, 일본산과 비교해 손색없는 품질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마케팅 개념이 없던 당시 연암은 무료 판촉, 입간판 설치 등 파격적인 영업활동으로 매출을 날로 키웠다. 특히 어린이들을 초청해 치약과 플라스틱 생산라인 견학을 시켜줘 공장에는 아이들의 탄성과 활기가 그치질 않았다고 하니, 나중에 꼬마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공간으로 탄생한 것은 어쩌면 정해진 운명이다.
이처럼 LG는 과학교육에 쉼없이 투자해 ‘LG사이언스홀 서울’ 역시 2010년 40억원을 들여 전체 아이템의 90%를 새롭게 꾸민 새 공간으로 변신했다. 서울과 부산에 매년 50억~60억원씩 지난 25년간 150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테마와 아이템 개발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자문단과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생명과학 등 계열사 연구원들이 투입되고 있다. 신기한 과학 체험으로 초롱초롱해지는 청소년들의 눈동자에선 ‘연암’의 다정한 눈길이 살짝 스쳐 지나간다.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