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자동차업계 현주소
美 잡뱅크제 폐지 노동 유연성 제고
한국은 파견제도등 곳곳서 노사대립
세계 자동차시장에 대처하는 한국과 미국의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 자동차업계는 오히려 ‘역(逆)주행’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사관계의 바로미터란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예고와 맞물려 자동차업계는 험난한 ‘하투’를 앞두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계 노사는 올해 협상 과정 중 근무제도 변경 등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휴일근무제도, 파견제도 등 임금협상뿐 아니라 노사가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다. 7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갈등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개최한 ‘대내외 환경 변화와 자동차산업 경쟁력’ 세미나에서도 전문가들은 경직되고 있는 한국 노동시장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미국차 브랜드의 변신이 이런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유찬용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사는 “미국차업계가 전미자동차노조(UAW)과 협상해 잡뱅크제 등을 폐지하고 성과연동 임금제로 전환하는 등 노동유연성을 확보했다”며 “소형차의 비중이 높아지는 세계 자동차 흐름에 맞춰 미국차 브랜드 역시 (노동유연성을 바탕으로) 소형차시장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잡뱅크제는 실직자에게 최장 6년까지 직전 소득의 최대 95%를 지급하는 제도다. 196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 호황기에 전격 도입됐으나 이후 미국 자동차 산업이 몰락한 주원인으로 꼽혔다. 이를 폐지하는 데 노사가 합의하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호황기의 자만을 반성하며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한 데 따른 성과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서서히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넘어온 산’보다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지만 지난해 경기 불황을 뚫고 최대 실적을 일궈낸 저력도 발휘했다. 올해 역시 유럽발 경제위기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수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역으로 위기는 정상에서 찾아온다. 과거 미국차 브랜드의 굴곡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근로시간 연장 제한, 파견근무 제한 등 정부와 노동계가 계속 노동유연성을 경직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경영학자 입장에선 공장의 해외 이전을 충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 노동자, 기업 모두 손해를 입겠지만 기업은 생존을 모색하고자 ‘차악(次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제 삶의 질을 높일 때라고 요구하는 노동계, 아직 멈출 때가 아니라고 긴장하는 재계 사이의 간극은 넓기만 하다. 그 접점을 만들어가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모두가 수긍할 만한 리더십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역주행하는 한국과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미국 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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