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주요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중산층이 두텁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동시에 넘어선 소위 ‘20-50’클럽에 가입했다는 한국의 중산층은 몰락 중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부문만이 아니다.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숫자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심리적으로 중산층에서 경제적 하위계층으로 몰락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연중기획 ‘신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의 세번째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산층 붕괴의 원인으로 높은 사교육비 및 주거비를 주원인으로 꼽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주택가격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키고 대신 대출 부담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에게는 금융정책을 통한 이자 경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공교육 바로 세우기가 사교육비 해소의 근본 대책임에 공감했다.
-사회(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현재 정체된 주택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하 곽 위원장)=이제 주택시장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주택 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정책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시장 자체의 변화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주택가격은 비쌉니다. 더 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중산층에 도움이 됩니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이하 서 교수)=소위 ‘하우스 푸어’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청년층, 신혼부부들에게 여전히 주택가격은 비쌉니다. 젊은이들이 인생 초년기에 좌절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하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도 없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집값은 몇 년 더 안정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우스 푸어’ 계층을 어떻게 지켜나가느냐는 것입니다. 금융부문에서 보증 등을 통해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곽 위원장=집값 하락 기조가 유지돼야 합니다. 대신 ‘하우스 푸어’에 대해 금융산업이 지원을 해야하는데 현재 규제가 많아서 관련 상품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금융위기 영향으로 규제를 풀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주택가격은 앞으로 계속 안정되고 떨어진다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 줘야 합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m.com 2102.06.26 월례좌담회.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m.com 2102.06.26
-사회=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공교육 정상화는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보십니까?
▶김응권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하 김 차관)=실제로 학교가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나 학부모들이 체감을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변하고 있긴 한데 사회변화 속도에는 못 미치고 있습니다. 사회나 학생 및 학부모의 의식 변화 속도에 비해 학교 문화는 굉장히 천천히 변합니다. 공교육 정상화를 단기간에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교육은 변화 중입니다. 이 기조대로 나간다면 반드시 지금보다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곽 위원장=공교육을 정상화해도 사교육을 잡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사교육은 뛰는데 공교육은 기어다닙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입시정책을 크게 개편했습니다. 예컨데 외국어고의 취지에 맞도록 외고 입시를 고쳤습니다. 처음에는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들이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또 ‘사교육비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강력한 정책을 펼치니 주식시장에서 학원 주가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 같은 정책들을 통해 중산층의 가장 큰 부담인 사교육비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 차관=월평균 사교육비가 약 1만원이 줄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학원시장의 경우 상당 부문 축소되고 있습니다. 특히 학원법이 통과돼 입시를 악용한 학원들의 터무니없는 마케팅을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사교육의 본질은 자신의 실력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옆사람을 이기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교과지식을 측정하는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입학사정관제입니다. 아직 완전히 정착되진 않았지만 대학들도 장기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사회=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책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김 차관=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꾸지 않겠냐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교육비를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염원이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미세한 부문은 바뀔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에 비춰 큰 흐름은 바뀌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육개혁은 지속돼야 하고 사회 전체도 이를 서포트해야 합니다.
▶서 교수=큰 뱡향으로 봐서 부동산 가격 자극을 위한 정책을 인위적으로 수행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하우스 푸어 문제 등의 경우 금융 분야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공적 보증 등 얼마든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택 공급정책도 단순한 총량적 수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주거 안정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주택 때문에 좌절하거나 소외감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곽 위원장=올해 가장 중요한 화두는 양극화와 경제집중화 방지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것이 중산층을 키우자는 것입니다. 현재 대다수 국민들이 사교육비 과다로 힘들어합니다. 저출산과 가계부채 문제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미세하지만 사교육비 축소가 서서히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택의 경우 과거와 같은 주택부양정책이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택가격이 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airinsa@heraldm.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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