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논의 후 처리하겠다” 말 뒤집고 국무회의서 몰래 처리 “국민 기만” 비난여론 봇물
인기 각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부가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강행하면서다.
김 장관의 인기는 한때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장관에 취임한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전투기로 폭격하겠다”고 속시원하게 말했다. 그래서 ‘남자 중의 남자’로 불렸다.
그러던 그가 위태로움에 빠진 건 지난달 중순부터다. 국방부에서는 “한일군사협정이 이대로 추진되면 국민 여론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장관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때문이었을까. 김 장관은 지난달 17일 국회를 방문, 추진 보류를 시사했다. 방일 일정도 취소했다. 때문에 한일군사협정은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그런데 상황은 다시 돌변했다. 지난주부터 국방부에서 “한일군사협정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밤을 샐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결국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비밀리에 한일군사협정안을 상정, 원안대로 처리했다. 차관회의도 거치지 않고 즉석 상정돼 처리한 군사협정은 꼼수요, 국민 기만 행위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자리한다.
김 장관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한일군사협정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던 김 장관이 지금은 입을 굳게 닫았다. 외교부 뒤에 숨어 그가 ‘한 입으로 두 말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안’을 즉석 상정하는 자리에서 “체결 취지에 공감하며, 원안 가결에 동의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봐도 이해못할 구석이다. 앞뒤가 안 맞는 엉성한 시나리오가 분명해 보인다.
외교부가 협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면서 이번 일로 가장 큰 득을 본 건 국방부라는 말이 나돈다. 공을 외교부로 넘겨 김 장관이 인기 하락을 면했고, 원하던 한일군사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잃은 것도 있다. 남자 중의 남자로 통하며 무대중앙에 섰던 주역 김 장관은 엉성한 시나리오 때문인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조연으로 한 걸음 물러난 모습이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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