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상범기자] 중학교 중퇴자인 A(17) 군과 B(16) 군은 지난 6월9일 함께 가출했다. 일면식도 없던 그들이 함께 가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메신저 때문이었다.
게임사이트에서 게임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이들은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집을 나가자”고 결의했다. PC방과 여관을 전전하던 이들은 가출 일주일째인 6월 16일 수중의 돈이 떨어지자, 서울 구로구의 한 병원 병실에 몰래 들어가 현금 90만원을 훔쳤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수도권 일대 병원 8곳에서 42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주로 비어있거나 환자가 자고 있는 방을 골랐다. B 군이 망를 보면 A 군은 병실에 들어가 금품을 절취하는 역할을 맡았다.
6월 21일에는 오피스텔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를 훔쳐 무면허로 몰면서 6차례 추돌사고를 낸 후 차량을 버리고 도주하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이 덜미를 잡힌 것은 지난 달 23일. 종로구 C모텔에서 잠을 자고 나와 각각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A 군이 차량과 추돌사고를 냈다.
뒤따르던 B 군이 급히 내려 현장을 수습하려 했으나 A 군은 B 군의 오토바이를 타고 그대로 도망갔다.
당황한 B 군도 사고로 고장난 A 군의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벗어나다가 교통경찰에게 안전모 미착용으로 적발됐다. 이후 훔친 타인의 면허증을 제시한 B 군은 공문서부정행사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오토바이 사물함에서 발견된 망치등을 보고 범죄연관성을 추궁한 경찰에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인터넷에서 만나 가출한 후 병원침입 절도 등 총 10회에 걸쳐 1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 등)로 A군과 B군을 검거해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10대 청소년들의 가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이 가출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연도별 가출 청소년 쉼터 이용 현황’에 따르면 14~16세 가출 청소년은 2010년 5905명에서 2011년 8702명으로 1년새 47.3% 증가했다. 17~19세 가출 청소년도 2010년 8750명에서 2011년 1만2054명으로 37.7% 늘었다.
친구끼리 가출을 했던 과거에 비해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연고가 없는 사이끼리도 가출을 하는 특징을 보인다. 인터넷에는 “함께 지낼 가출팸(패밀리)을 구한다” 등의 글이 올라온 가출카페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은 이런 카페 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만나 가출을 하기도 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한 범죄수단도 인터넷을 이용한다. 채팅을 이용한 성매매는 물론, 지난 2월에는 인터넷을 통해 중고품 사기를 친 가출청소년들이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이 가출청소년들의 가출 창구는 물론, 숙식해결을 위한 정보교환, 범행모의등의 비행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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