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디자인에는 디자인. 애플의 디자인 공격을 디자인으로 맞받아치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소니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전 애플 디자이너의 녹취를 내세운 가운데, 미 재판부는 이 중 일부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을 피해갈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본안소송 둘째 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세너제이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이너 출신 신 니시보리<사진>의 녹취내용을 증언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 판사는 “삼성이 신 니시보리의 증언을 기능성(functionality) 입증에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고 판사는 증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아이폰 또한 소니라는 다른 회사의 디자인을 참고했고 ▷삼성의 디자인 구성요소가 아이폰에서 추출된 것이 아니다 ▷이 디자인은 이미 디자이너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 등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신 니시보리의 녹취를 따낸 것은 지난 5월. 삼성전자는 2006년 소니의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애플이 아이폰 디자인 방향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특히 故 스티브 잡스와 조나던 아이브 디자인 책임자도 이 인터뷰 내용을 검토했다는 것. 그 후 애플은 신 니시보리에게 아이폰 디자인을 지시했고 아이폰 원형 디자인은 결국 소니 휴대전화 디자인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역설했다.
따라서 이 같은 주장을 밝히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신 니시보리 섭외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수소문 끝에 그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본안소송에서 법원이 이 중 일부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삼성전자로선 애플의 디자인 특허 무효를 이끌어낼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된 셈이다.
하지만 ‘원투펀치’ 역할을 할 또다른 증거는 잠시 보류됐다. 삼성전자는 신 니시보리 증언과 함께 2007년 아이폰 출시 전 이미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의 자체 개발했다는 증거를 제출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모두변론에서 이 내용이 담긴 슬라이드를 배심원들이게 보여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추후 변론에서 해당 증거를 쓸 수 있도록 재판부 설득에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 2월 출시된 모바일 하이브리드 F700을 비롯해 대부분의 제품 디자인이 이미 2006년부터 내부 문서에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측 변호인은 “애플은 사각형, 둥근 모서리, 투명한 표면 아래 큰 디스플레이 등을 아이폰의 특징이며 삼성이 이를 모방했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은 아이폰 발표 이전부터 이런 특징들을 가진 수많은 제품을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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