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뜨거웠던 3일간의 기록

첫 내한공연 펼친 ‘라디오헤드’서 한국 록음악의 전설 ‘들국화’까지 굵직한 무대 이끌며 전 장르 소화

라인업·규모·관객수 역대 최강 단순한 페스티벌의 대중화 아닌 세계적 문화콘텐츠 가능성 보여

‘지산밸리록페스티벌 2012’가 지난 3일간 총 10만1000여 관객을 모으며 세계적 음악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1월 라디오헤드가 참가한다는 소식으로 기대를 모은 지산록페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스톤로지스까지 합류해 관심을 높였다. 이런 기대는 지난 27일 록페 첫날부터 현실로 다가왔다. 첫날부터 역대 최대 수치인 3만5000여 관객이 몰렸다.

처음으로 내한한 라디오헤드는 1993년의 1집 ‘Pablo Honey’에 수록된 시그니처송 ‘Creep’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록밴드다. ‘The Bends’ ‘OK Computer’ ‘Kid A’ 그리고 2011년 발매한 ‘The King of Limbs’까지 총 8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앨범마다 평단과 많은 음악 팬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불렀던 노래는 한국팬들이 아는 초기곡이 아닌 최신곡이 많았다. 그럼에도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음침하고 우울함을 잔뜩 머금고 있다. 초기곡에 비해 우울한 정서가 줄어들긴 했지만 기본 정조가 바뀌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그리 우울하게 들리지 않았다.

라디오헤드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2시간 10분간 총 27곡에 달하는 꽉 찬 공연을 이어갔다. 이쯤 되면 단독공연이었다. ‘Lotus flower’ ‘15 Step’ ‘Pyramid Song’ ‘Nude’를 비롯해 ‘Idioteque’까지 들려주었고, 보컬 톰 요크가 통기타를 연주하며 히트곡 ‘Karma Police’를 부르자 3만여 관객의 떼창이 터지며 역사적인 내한의 현장을 함께 만들었다.

‘Exit Music’이 나오자 순간 정적이 흘러 묘한 대조를 이뤘다. ‘Paranod Android’ 때는 관객이 가사와 허밍을 따라 불러 기쁨과 감동, 아쉬움을 함께 표현했다. 연륜이 가미된 요크의 목소리를 바로 앞에서 들어보는 관객의 표정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요크의 춤을 추는 동작은 영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는 결국 웃통을 벗어던지며 몰입의 경지에 빠지기도 했다.

‘20세기의 청춘 송가’로 불리며 한국인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Creep’을 부르지 않은 것은 아티스트로서의 자신감으로 보인다. 고정된 음악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실험하고 해체하는 것이 라디오헤드가 독창적인 아티스트적 명성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존재이유였을 것이다.

이날 라디오헤드는 수시로 변하는 화려한 영상까지 곁들이며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미를 선사했다. 라디오헤드는 공연 주최 측인 CJE&M에 음식부터 물품까지 오로지 친환경을 위한 내역으로만 구성해 ‘개념 라이더’로도 눈길을 끌었다.

14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는 한국 록음악의 한 획을 그은 전설의 밴드다. 보컬 전인권(58)의 목소리는 많이 살아났고, 베이스 최성원(57)은 묵직하고 나직했으며, 드럼 주찬권(57)은 여전히 힘이 있었다. 전인권은 ‘행진’과 ‘그것만이 내 세상’ ‘제발’ ‘He Ain’t Heavy He’s My Brother’를 불렀고, ‘매일 그대와’ ‘사랑한 후에’를 합창했으며 최성원은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불러 리조트를 환상적인 밤으로 만들었다.

둘째날 그린스테이지를 꾸민 아울시티 음악에 대해서도 관객은 감탄을 쏟아냈다. 관객은 “이런 음악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느냐”고 했다.

들국화 김창완밴드 같은 한국 록의 대부가 굵직한 무대를 이끌었다면, 넬 버스커버스커 몽니 이이언 등 후배의 파워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심야시간 스페셜 스테이지로 마련된 레드스테이지의 글렌체크와 이디오테잎의 무대는 관객에게 오래도록 회자됐다.

역대 최고 라인업, 역대 최대 규모, 역대 최다 관객 등 모든 면에서 역대 최강의 수준을 기록한 지산록페는 ‘페스티벌의 대중화’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재즈부터 일렉트로닉, 힙합까지 전 장르를 페스티벌 무대로 장식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교통을 통제하지 못한 건 숙제였다. 주최 측은 임시주차장에 자가용을 주차해두고 셔틀버스를 이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개인차량을 막는 건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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