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실, 실물경제 악영향 우려 부채 세분화 차별화된 대응 모색 악성 채무자 회생도 적극 도와야 금융권 가계부채 대책 마련 시급
와서는 안될 구조조정의 태풍이 다시 불고 있다. 기업들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증권사들은 감원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빠른 속도로 실물로 옮겨가고 있다. 외국기관들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상황은 단기간 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문제다. 10년 이상 장기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우리는 조기경보지표에 너무 둔감했다. 2011년에 가계부채 축소정책을 비난했던 사람들도 책임져야 한다. 숫자 이면에 가려진 위험신호를 무시한 것이다. 조기경보 신호는 꼭 숫자만이 아니다. 요즘 신문 광고면을 보자. 심각하다. 숫자의 변화는 과거를 말할 뿐이다. 조기경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를 알아야 한다. 정부와 금융회사의 역할이 시급하다.
첫째, 가계부채를 세분화해 차별화된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미 문제가 발생한 가계와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고객은 구분돼야 한다.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가계도 나눠야 한다. 원금은 못 갚아도 이자는 부담할 수 있는 가계와 이도저도 못하는 가계부채로 나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차입처별로 내용을 파악하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채무자는 별도 관리해서 해결해야 한다. 최근 가계부채와 관련된 제2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실태 파악에 나선 금융감독당국의 방향은 바람직하다.
둘째, 금융상품을 만들어 위기에 직면한 가계의 담보대출 관련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주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무자의 주택을 시세의 80% 정도에 사들인 뒤 채무자에게 5년 내에 되살 수 있도록 하자. 채무자에게는 그 집의 전세 우선권도 주고, 재매입할 경우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면제 등의 혜택도 주자. 채무자는 주거불안 없이 원금상환과 이자부담으로부터 해방된다. 주택매입 재원은 정부가 아니라 대출금이 있는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를 참여시켜 조달하자. 더 나아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택 매입가의 20% 정도를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보증을 서면 사실상 원금보장형 상품이 돼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을 끌 것이다. 셋째, 이미 연체가 시작돼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채무자는 신속하게 법원의 회생이나 파산절차를 밟도록 금융기관들이 도와주자. 우리나라에는 개인회생과 소비자파산 제도가 있다. 가장 투명한 채무조정제도다. 개인회생은 미래의 수입이 예상되는 채무자가 수입 중 생계비를 뺀 금액으로 일정 규모의 빚은 5년간 나눠갚고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는 면책을 받는 제도다. 소비자 파산은 도저히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려 채무를 면제해 주고,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채무가 복잡하고 해결 가능성이 낮은 다중채무자는 회생이나 파산제도를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용과 가처분소득을 지켜야 한다. 구조조정은 사람을 줄이는 것보다 임금 삭감으로 풀어야 한다. 돈이 있어도 못 쓰는 50~60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도 필요하다. 중소기업 지원도 정부, 금융회사와 함께 대기업들이 보증뿐만 아니라 대출이나 투자를 통해 앞장설 수 있도록 하자. 중소기업은 고용의 최후 보루다. 중소기업들이 무너져 실업자가 양산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다. 대기업은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영내용을 금융회사보다 더 잘 안다. 거래 중소기업이 문제되면 대기업 경영에도 부담이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 환란 이후 벤처기업 투자 시 주었던 세제혜택을 부활해 뒷받침할 필요도 있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국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실패도 없어야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행동하지 않으면 모두 다 어려워진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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