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ㆍ서상범 기자]“힘들게 필터링 통과했더니 면접 떨어져 멘붕이야. 다른 애들 스펙 쩔더라.(힘들게 서류전형 통과했더니 면접에서 떨어져 정신적 충격을 받았어. 다른 애들 학점ㆍ경력 등이 좋더라.)”
대학생들도 은어를 쓴다. 유독 취업에 관한 은어가 많다. 대학생들의 관심이 취업에 쏠려 있고, 하루 일과 대부분을 취업준비로 보내는 탓이다. 이 같은 은어를 모르면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다.
이대로 한국어정보학회 부회장은 “30~40년 전 대학 캠퍼스에선 시위, 경찰 등에 대한 은어가 많았다. 현재는 대학생들이 취업에 관심이 높아 취업에 대한 은어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은어가 ‘스펙(Specificationㆍ사양)’이다. 대학생들은 출신 학교와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해외연수 인턴경험 등을 종합해 스펙으로 부른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이 같은 은어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학생 김정현(27) 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하는 게 스펙이라는 단어”라면서 “친구들과 스펙을 이야기하는 게 대학생들의 하루 일과”라고 밝혔다.
취업난으로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기업이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지 않고 컴퓨터를 통해 자동으로 서류심사에서 탈락시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만들어진 은어도 있다. 바로 ‘필터링(Filteringㆍ걸러내기)’이다.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같이 밥을 먹는 모임 ‘밥터디(밥+스터디)’도 최근 새롭게 등장한 은어다. 특별한 과제 없이 약속한 시간에 만나, 식사와 함께 취업에 대한 정보 교환이나 토론을 겸한 후 헤어진다.
지나가는 행인(行人)이 아닌 ‘행정인턴’의 줄임말인 ‘행인’은 일정기간 동안 잔심부름만 하다 가는 행정인턴을 자조하는 대학생들의 은어다.
대학 수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얌체족을 지칭하는 은어도 있다. 이들은 다른 팀원에게 묻어간다고 해서 ‘프리라이더(free riderㆍ무임승차자)로 불린다.
대학생들은 줄임말 역시 많이 사용한다. 복전(복수전공), 학식(학생식당), 집부(집행부), 아싸(아웃사이더),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 등 새로운 줄임말들이 대학가에서 일상언어로 쓰이고 있다.
특히 한국어에 영어 접미사 ‘어(~erㆍ하는 사람)’를 붙인 은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중앙대 인근 서울 흑석동에서 자취하는 사람은 ‘흑석커(흑석+er)’로, 한국외대 인근 서울 이문동에 자취하는 사람은 ‘이무너(이문+er)’로 불리는 식이다.
이순묵 성균관대 심리학 교수는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모르는 대학생들의 은어는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학생들에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ms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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