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태풍 ‘볼라벤’이 전국 각지의 문화재에도 상처를 남겼다.

2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밑동 옆 가지가 부러졌다.

속리산 정이품송은 높이 16m·가슴높이 둘레(지상 1m) 4.7m에 이르는 거목으로, 부러진 부위는 서북쪽으로 뻗은 지름 18㎝·길이 4.5m가량의 비교적 큰 가지다.

앞서 1993년에도 정이품송은 동북쪽 큰 가지(지름 30cm)를 강풍에 잃었고, 5년 뒤 바로 옆의 또 다른 가지(지름 20㎝)가 말라죽어 고고하던 원추형 자태를 잃었다. 2007년과 2010년에도 돌풍에 지름 20cm 안팎의 서너 개 가지가 부러졌다.

천연기념물 290호인 괴산 삼송리의 ‘왕소나무(王松)’도 태풍 볼라벤의 강풍에 쓰러졌다. 28일 오전 10시께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왕소나무의 뿌리가 뽑힌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했다.

삼송2리 주민들은 “600여 년간 마을을 지켜준 수호신이 쓰러졌다”며 황망해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체가 뽑힌 상황이라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관련 전문가와 조치 방법을 논의하고 있으나 나무가 다시 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1992년 괴산 왕소나무는 뿌리 일부가 썩어 부패 부위를 제거한 뒤 인공 충진재로 메우는 외과수술을 받았다. 지난 달에도 뿌리가 땅에서 30㎝ 가량 들려 외과수술을 한 차례 더 받았지만 끝내 강풍을 버티지 못 하고 쓰러졌다.

태풍의 위력에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도 피해를 입었다. 오전 국보 67호인 구례 화엄사 각황전 기와 일부와 보물 396호인 여수 흥국사 대웅전 용마루(기와) 일부가 강풍에 파손됐다. 또 전남 순천 낙안읍성(사적 제302호) 내 민속마을의 초가지붕이 날아가는 등 문화재청에 태풍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이에 전남도는 문화재청에 피해상황을 보고하고 국비를 확보해 조속히 복구할 계획이다. 일선 시·군에도 문화재 피해 상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