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경기도 시흥 내 인적도 드문 한적한 마을. 평온한 일요일의 따스함도 잠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속속 이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군화와 군복은 물론, 탄띠에 탄창까지. 손에는 군대에서나 봄직한 화기로 무장했다.
복장은 완벽한데 가만히 보면 군복이 제각각이다. 군인답지 않게 유난히 하얀 피부를 지닌 사람도 보인다. 이쯤 되면 정체가 궁금해진다. 작전을 짜듯 마을 곳곳으로 흩어지는 이들. 돌연 총소리가 마을을 뒤덮는다. 그런데 이들의 총구에서 나오는 건 탄환이 아니다. 플라스틱 총알이다. 바로 서바이벌 마니아들이다.
CJ대한통운 택배서울지사에서 근무하는 강희철(42) 씨는 주말만 되면 군복으로 갈아입는 서바이벌 게임 마니아다. 그저 장난감 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실제 군대에서 쓰는 총과 동일한 크기와 외형에 총소리마저 비슷하고, 심지어 실제 총처럼 반동까지 느껴진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총이라고 하니, 장난감이라 치부하기엔 말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평일엔 택배업계 직원에서 주말에는 군인으로 변신하는 강씨의 긴장감 넘치는 ‘이중생활’이다.
강 씨가 처음 서바이벌 게임을 접한 건 2000년. 동생 소개를 통해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장난감 총으로 뭘 하는건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총으로 50m나 떨어진 사물을 정확히 맞추는 걸 본 뒤 그 역시 마니아로 변신하게 됐다.
페인트탄 등으로 놀이공원에서 즐기는 서바이벌 게임 등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플라스틱 총알만 사용할 뿐 모든 게 실제 전쟁과 똑같다. 총은 물론, 군복 역시 해외 각국의 특수부대 유니폼을 똑같이 재현했고 탄띠, 탄창에 위장크림까지 사용한다. 연예인 정찬도 이 서바이벌 게임 마니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씨가 속한 동호회는 ‘팀 캠프’로 서바이벌 게임 마니아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동호회다. 공수특전부대의 요청으로 함께 모의 전투를 벌이며 훈련까지 할 만큼 뛰어난 ‘전투력(?)’도 자랑한다.
과연 강씨가 투자한 비용은 얼마나 될까. 수 자루의 총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 씨 역시 쉽사리 계산을 하지 못했다. 그는 “신제품을 사게 되면 총 한 자루 당 100만원에 이른다. 군복에 여러 장비까지 계산한다면 수백만원에 들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난감 답지 않은 장난감 총을 사용하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수칙은 필수. 보호안경과 보호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경기시작 전 모든 무기의 탄환 속도를 검사, 초당 300피트가 넘지 않아야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강 씨는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며 “최근 장난감 총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데, 합법적으로 즐겁게 취미생활을 즐기는 마니아들도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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