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외화 수급구조상이나 환율의 적정성 차원에서 원화 환율 하락이 어쩔 수 없는 대세다. 지금은 환율 대세 하락기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이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대비책 마련해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원화 환율 하락은 원화 가치가 올라감을 뜻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았는데 통화 가치는 상승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환율은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화 공급이 넘치고 있다. 국내 수출은 급락세지만 수입 역시 부진해 경상수지는 연속 8개월째 큰 폭의 흑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 경제의 국제신용도가 올라감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양의 달러화를 세계 시장에 뿌리고 있어 각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원화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점 역시 환율이 추세적으로 내려갈 공산을 높여준다. 시장의 외화 수급구조상이나 환율의 적정성 차원에서 원화 환율 하락이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환율 대세 하락기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이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첫째, 부정적 영향을 가능한 한 축소하기 위해 원화 환율의 급락은 저지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환율의 추락은 국내 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크나큰 우환이 되는 까닭이다. 환율 하락은 이론적으로 수입 자본재와 원자재에 대한 원화 지불액을 줄여서 투자 증가와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돼 있고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물가도 안정돼 있어 이론상의 긍정적 효과 창출은 현실적으론 기대하기 어렵다. 이보다는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악화시켜 수출 부진을 심화시킬 우려가 한층 크다. 기업은 수출 물량을 유지하기 위해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수출 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채산성이 떨어지는 어려움까지 겪게 된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거나 수출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 심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환율이 변동되도록 투기성 외화자금 규제 등 외환 당국이 할 일을 해야 한다.
둘째, 기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환율 하락으로 투자 비용이 내려가는 점을 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대기업 때리기 등으로 인한 미래 경영환경의 불안요인들을 말끔히 덜어줘야 한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최대 요인은 투자 감소 현상이다. 환율 하락에 발맞춰 공격적인 새해 투자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려면 기업 우호적 정치ㆍ사회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
셋째, 수출 기업들도 높은 원화 환율의 온기가 사라지는 동절기 한파에 대비해야 한다. 이제 환율 상승의 덕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다. 더 많은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성ㆍ생산성 향상이 요구된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원高 시대’의 도래에 대응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정치권이 마음을 합쳐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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