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증시장 107조원 ‘황금알’인데…한국은 고작 2.6% 점유율
KS·Q·HS마크 완전 국내용 해외시장서는 전혀 안통해
인증 관련 기관 2000곳 난립 합병통해 세계적 기관 육성 절실
국내 산업군 중 유독 국내ㆍ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대표적 지식서비스산업인 안전, 표준규격 등의 시험인증 분야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107조원대의 황금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6%. 초라하다 못해 안쓰럽다. 연간 4조원에 이르는 국내시장도 60% 이상을 미국ㆍ유럽 등의 선진국에 내주고 있다. 국내 진출 다국적기업이 올리는 매출과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인증받는 해외유출액이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 1위 산업기술시험원(KTL)의 지난해 매출이 890억원 수준인데 반해 세계 1위인 스위스 인증기관 SGS의 매출은 5조2000억원에 이른다. KTL과 국내 4대 시험인증기관인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을 다 합쳐도 3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수천개 민간인증기관의 매출을 다 더해야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이 KS(산업표준), Q(품질), HS(위생안전) 등 국내용 인증마크다. 국내 대기업들도 해외 수출에 유리한 다국적사 인증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30%가 넘는 스마트폰만 해도 전자파ㆍ안전ㆍ통신규격 인증을 외국기업이 장악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무분별한 인증기관 난립에 있다. 각 부처별 산하기관을 비롯해 민간시험기관 등 2000곳이 넘는다. 현재 12개 부처에서 110개의 법정 시험인증제도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정부가 관리하는 43개의 의무인증과 67개의 임의인증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임의인증은 민간인증기관이 맡고 있는데, 담당기관만도 2100개가 넘는다.
당연히 인증의 국제적 효력도 없는 데다 공신력마저 약해 기업들은 SGS를 비롯해 미국의 UL, 독일 TUV, 영국 인터텍, 프랑스 BV, 노르웨이 DNV 등 글로벌기업의 시험인증을 찾고 있다.
송재빈 KCL 원장은 “국내 시험인증기관이 너무 난립해 있어 다국적기업들과 경쟁이 되질 않는다. 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와 함께 관련인력의 질적인 향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인증기관들 역시 다국적사의 대리점 노릇에 안주하고 있는 것도 국내 시험인증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국내 인증이 해외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탓도 크지만, 인증기관들 스스로 실력을 키우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험인증 시장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세계 교역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성장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또한 선진국들은 관세장벽이 사라진 대신 이런 시험인증을 하나의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려고 하므로 그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험인증은 농산물, 광물, 산업, 생명과학, 석유가스화학, 소비자시험, 자동차, 환경, 교역확인 등 교역 가능한 전 분야에 걸쳐 인증이 요구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대형 시험인증 및 컨설팅 기관 육성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규제 및 표준이 강화되고, 제품의 품질 및 성능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는 것은 자연스런 추세”라며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내수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해외 진출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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