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8회> 사랑을 위한 의식 (37)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아학,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하나에서 백까지 세는 숫자놀음이 열 순배에 이르렀을 때, 이를테면 거듭되는 충격으로 치골 부위가 아파오기 시작했을 때 그는 슬슬 호흡곤란 증세를 느끼기 시작했다. 젊음을 너무 과시하다가는 심장에 무리가 와서 복상사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옷을 홀랑 벗은 상태에서 호흡곤란으로 목숨을 잃는다면 장차 사망증명서에 색정사로 분류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지만 유호성은 건강하고 젊은 남자였으므로 복상사라든지 색정사로 유명을 달리 할 리는 없었다. 그가 숫자놀음 열 순배 만에 꼴뚜기 짓을 멈춘 까닭은… 젊고 어여쁜 그녀와 함께 추가로 열 순배쯤 더 달려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십네까? 한참 달아올랐는데 벌써 지쳤습네까?”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런데 어째서 숨넘어가는 개구리처럼 할딱거리기만 합네까?”

“땀이 너무 흘러서 그래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소나기 목욕 좀 하고 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오마나, 역시… 세계적인 속도 차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릅네다. 어서 찬물로 몸을 식히고 오시라우요. 그리고 이제 이것 좀…”

그녀는 여태까지 머리통을 옥죄고 있던 원피스를 벗겨달라고 주문했다. 그렇지. 여태껏 얼굴을 가린 채 열 순배나 돌았으니, 이제부터는 그녀의 표정을 감상하면서 나머지 열 순배를 돌아야만 하리라.

그는 있는 힘껏 그녀의 머리통에 매달려 있던 원피스 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줄줄이 채워져 있던 단추 서너 개가 아드득! 떨어져 튕겨나가더니 이내 그녀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얼마나 억세게 조이고 있었던지 그녀의 눈가에는 붉은 자국이 생겨났는데, 이건 또 뭔가. 그가 잡아당긴 힘에 이끌려 그녀의 몸이 침대 위로 벌렁 잦혀지고야 말았다.

“아! 아름답소.”

여태껏 원피스 자락에 얼굴을 가린 채로… 이른바 목 없는 귀신과 스포츠섹스를 벌인 셈이었으니 아름다움을 깨달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장밋빛 조명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모습은… 다시 봐도 선녀와 비길만한 미인이었다.

“오! 대단합네다.”

예원희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눈을 조이고 있던 원피스 자락이 벗겨진 이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유호성의 육신은… 늠름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가랑이 사이에 숨겨진 젊음의 표상은… 영양상태가 좋기 때문인지 홀로 감상하기에 버거울 정도였다. 오, 수령님 맙소사!

“그럼, 잠시만 기다려요. 얼른 소나기 목욕을 하고 올게요.”

유호성은 그녀를 밀치고 샤워를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순간 마음이 바뀌었는지, 그녀가 그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냥, 그냥 계속하라우요. 잠시라도 참을 수 없습네다.”

눈을 뜨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는 말이었다. 하긴 눈앞이 원피스 자락으로 가려져 있는 동안 그녀는 허상과 함께 스포츠섹스를 벌인 셈이었다. 마음은 이미 정을 준 연인 권도일에게 가 있었다는 말인데… 이제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니 유호성의 젊은 육체가 눈앞을 맴맴 어지럽히는 것이었다. “좋아요. 그럽시다.”

하긴 유호성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보며 다시 한 번 말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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