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에 비친 검사의 모습은…
‘범죄와의 전쟁’에선 뇌물·스폰서 연결고리로 혈연·지연·학연 미끼로 기업·조폭들과 결탁
‘부러진 화살’에선 뻔뻔하고 무능한 검사로 ‘비리·부패의 온상’ 국민들 깊은 반감 드러내
#“익현 씨는 니랑 촌수로 따지면 한 10촌 정도 되고, 그니까 느그 아버지, 우리 형의…할아버지의 9촌동생의 손자가 바로 익현 씨다.”
최익현(최민식 분)은 조직폭력배 두목이고, 그를 소개받는 이는 ‘최 검사’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과 검찰권력이 ‘결탁’하는 순간이다.
# 고급 일식집. 검사(류승범)와 독대한 건설업체 사장이 말한다. “이사 가신 집은 괜찮으신가?” 젊은 검사는 “좋은 데 소개시켜 주셔서…”라며 고마움을 표한다. 검사가 “그래도 세금은 적당히 내달라”고 충고하니, 사장은 “그러면 고생하시는 우리 검사님 양복은 누가 사드리냐”고 대꾸한다. 그러면서 ‘한정판’이라는 고가의 명품 시계를 테이블 앞으로 쑥 내민다. 탈세 혐의로 구속됐던 업체 사장은 ‘약식기소’처분으로 곧 풀려난다.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이다.
# “화살은 찾지 못했습니다. 와이셔츠에 묻은 혈흔은 잘 모르겠습니다.” 검사는 피의자의 증거 제출 및 설명 요구에 “모르겠습니다”로 일관하고, 재판장은 피의자의 증거 및 증거인 출석 요구에 “기각합니다”를 반복한다. 피의자 김영호 교수가 말했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법정 장면 중 하나다.
영화 속 검찰은 피의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뒷배’를 봐주거나, 자기 ‘식구’를 감싸기에 급급하다. 금품향응을 고리로 기업-조폭과 결탁한 ‘스폰서 검사’와 혈연ㆍ지연ㆍ학연으로 뭉친 ‘부패 커넥션’, ‘전관’을 예우하고 동료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강력한 ‘동업자 의식’이 검찰의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사법권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영화 속에는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부러진 화살’의 법정에서 등장하는 뻔뻔하고 무능한 검사와 판사 외에는 거의 모든 한국영화에서 사법권력의 주요 활동시간은 밤, 주요 활동무대는 요정ㆍ일식집 그리고 골프장이다.
최근 한국영화 속 사법권력, 특히 검찰은 경제, 정치권력과 이룬 부패와 비리 사슬의 한 꼭짓점으로 등장하기 일쑤였다.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이자 영원한 ‘안타고니스트’(악역, 적대자)였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2010년 ‘부당거래’로부터 지난해의 ‘도가니’, 올해의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모두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대형 흥행작이었다. 검찰은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지표다.
‘범죄와의 전쟁’은 ‘사돈에 팔촌’까지 혈연과 지연, 학연을 미끼로 기업, 조폭들과 뇌물ㆍ스폰서의 커넥션을 이루는 검찰이 집중적으로 그려졌다. 이 영화는 특히 지난 2010년 4월 부산ㆍ경남지역의 한 건설사 대표가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과 판박이다.
올 초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부러진 화살’은 소속 대학의 입시문제 처리에 문제제기를 한 이후 부당하게 해임됐다고 주장하는 한 교수가 학교 편을 들어준 판사에 항의해 일으킨 일명 ‘석궁 테러’를 소재로 했다. 이 영화에서 판사는 자기 출신 대학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검찰과 법원은 검사와 판사를 위해 증거와 관련 법조항조차도 무시하는 뻔뻔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도가니’에서 검찰과 법원은 특수학교 장애학생을 지속적으로 유린한 학교 이사장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 ‘부당거래’에서 검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수사대상인 업체 사장과 골프를 치는 등 접대와 뇌물로 얽혀 있다. 검찰과 경찰이 반목하고, 경찰 내부도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이 대립하는 등 검ㆍ경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영화 마지막엔 ‘스폰서 검사’가 사회 이슈가 되자 한 중견 법조인이 “곧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질 테니 걱정 말고 기다려라”라고 말한다.
한국영화에서 사법권력은 사학, 기업, 범죄조직, 정치권력과 결탁됐고 각종 향응과 뇌물을 고리로 커넥션을 이루는 세력으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란 아예 불가능한 집단이다.
드라마에선 간혹 검사가 ‘백마 탄 왕자’나 환상의 연인, 정의로운 기사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는 한다. ‘낭랑18세’나 ‘검사 프린세스’ ‘대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만일 정치ㆍ경제권력, 범죄조직과 결탁해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힘’과 ‘뇌물과 떡값으로 이룬 부’가 없으면 과연 검사가 최고의 연인이자 만인이 원하는 결혼 상대가 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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