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진구를 거칠고, 남성미가 철철 넘치는 남자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그는 카리스마보다는 소탈함이 넘쳤으며 인간적인 만남을 즐기는 따뜻한 배려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카메라의 빨간 불만 켜지면 그는 180도 달라진다. 오로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무서울 정도로 연기에 빠져들어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다. 이번 영화 ‘26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행동대장 진배로 분한 그는 마치 ‘진배의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펼쳤다.
# “몰래카메라 찍고 있는 느낌.”
현재 주변인들을 비롯해 관계자들, 그리고 관객들에게 연기 호평을 얻고 있는 진구지만 결코 기고만장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실을 믿기 싫은 듯 해 보였다.
“한 번도 제가 주연으로 흥행작을 찍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와닿지가 않네요. 영화가 ‘트루먼쇼’처럼 진구라는 배우를 놓고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느낌이에요. 곽진배라는 이 비중있는 인물에 제가 주인공이라니 크랭크인 하기 전까지도 믿지 않았어요. 그리고 외압 때문에 크랭크업도 못할 것 같았고요. 사실 아직도 당장 내일 누군가가 영화를 내려 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있어요.”
지난 2008년 부터 수 차례 제작이 무산된 바 있기에 진구는 이 영화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단다. 4년 전부터 ‘26년’을 제작한 청어람과 뜻을 같이 한 그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을 무렵 영화는 크랭크인 됐다.
“촬영을 시작할 지 모르는 영화이기 때문에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연기 못하면 어때’ 이런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 것 같아요. 만약 준비를 많이 한 상태에서 들어갔으면 연기할 때 오바를 했겠죠. 그리고 감정신도 오버됐을 것이고, 그러면 영화도 많이 흔들렸겠죠.”
본래 진구가 맡은 역은 진배가 아닌 주안이었다. 만약 배수빈이 연기한 주안을 진구가 연기해더라면 뭐가 달랐을까.
“글쎄요. 아마 저만 할 수 있는 뭔가를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정갈한 머리스타일에 깔끔한 수트를 입는 건 같았겠죠. 그래도 진구의 색깔은 반듯함이 아니잖아요. 뭔가 1%의 불량함과 독기를 품었을 것 같네요. 당초 주안 역을 맡았을 때 대본이 굉장히 지저분했어요. 주안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아픈 과거가 노출이 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엄청 많이 공부했죠.”
# “한혜진, 임슬옹 나 아니면 챙겨줄 사람 없었다.”
극중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자가 있다. 바로 심미진 역을 맡은 한혜진이다. 심미진과 곽진배는 ‘그 사람’에 대한 한을 품고 살아가는 유가족임과 동시에 남매처럼 또는 가족처럼 정을 나눈다. 특히 곽진배와 심미진이 두 손을 꼭 잡는 장면은 그 어떤 멜로보다도 더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림으로 보면 마치 ‘연인’같기도 하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손 잡는 신이 결코 남녀의 감정을 드러낸 건 아니었거든요. ‘한 가족 같아 보이는구만’이라는 대사처럼 정말 가족같은 심정에서 손을 잡은 거죠. 진배가 미진에게 집적댄 건 아니에요. 그냥 정말 오빠 같은 마음이 우러나온거죠. 물론 마지막 장면 대사는 감독님이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한 의도적인 암시가 담긴 걸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진구는 유독 임슬옹과 한혜진을 챙겼다. 그는 시사회 전부터 두 사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슬옹이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잖아요. 그리고 영화 자체가 처음이니 얼마나 생소한 현장이었겠어요. 나이도 어린 편인데 말이죠. 또 혜진이는 아픈 영화에 출연하는데 힘들었을 테고, 게다가 여배우인데 많이 모셔줘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다른 사람들은 감정 몰입을 하느라 두 사람을 많이 챙겨주지 못하는데 제가 챙겨야죠.”
사실 그들을 더 아낄 수밖에 없었던 건 몇 안 되는 착한 배우들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보니 독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뭐 혜진이나 슬옹이는 독하지 않아서 안 독하겠어요. 저는 그들처럼 착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요. 연기에 대한 노력보다 착해지려고 노력하죠. 독하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반감을 갖게 되잖아요. 일단 착한 게 ‘장땡’이에요. 저는 안성기 선배님처럼 착하기 위해 노력해요.”
그가 말한 독한 배우의 기준은 욕심이 보이냐 안 보이냐다. 진구는 “저도 남자고, 승부욕이 있어서 그런 사람들을 한 방에 제압하려고 한다. 제압 당한 사람들은 제압 당한지도 모르게 할 자신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 “‘마더’ 속 이미지 ‘26년’으로 한 꺼풀 벗었다.”
대중들의 시선에서는 ‘진구’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더’ 속 진태다.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마더’에서 껄렁껄렁하면서도 의리를 중시하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진구. 하지만 ‘26년’을 통해 ‘마더’의 이미지를 한 꺼풀 벗는 데 성공했다.
“물론 ‘26년’의 진배도 남성성이 많은 캐릭터죠. 그렇지만 따뜻한 마음이 있잖아요. 지금까지 진구를 말랑말랑하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이 안 들어왔었어요. 그런데 ‘26년’을 통해 부드러운 면도 많이 보여드린 것 같아요. 그것도 다 운이죠. (웃음)”
진구는 내년 1월 초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는 영화 ‘명량: 회오리바다’에 출연한다. 한 숨 돌릴 틈 없이 쉬지 않고 전진한다.
“아마 이제 곧 무술 연습에 들어갈 거예요. 비중이 그렇게 큰 건 아니지만 캐릭터가 굉장히 강렬해요. 그리고 조진웅 형이나 류승룡 형과 친해서 뭐 딱히 어려운 건 없을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제가 형들과 친한 편이네요.”
비중보다 캐릭터의 매력을 우선시하는 진구는 “무술 연습만 한 달 내내 잡혀 있다”며 투덜거렸다.
“제일 힘든 게 칼을 쓰는 무술인 것 같아요. ‘낭만자객’과 ‘혈투’ 때 칼을 써봤는데 정말 힘들었거든요. 차라리 맨주먹을 쓰는 게 더 나아요. 아 , 고생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내년 초까지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있는 그에게 “연애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연애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 더 좋다는 그는 천상 배우다.
“연애도 자주 하는 편이긴 해요. 그런데 연애할 때 외로움을 채우는 것보다는 대중들과 있을 때 외로움을 채우는 게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 연애가 심심한가봐요.(웃음) 저요? 굉장히 나쁜 남자죠. 하하. 그래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잘 해줘요. 그리고 여자친구가 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를 바라죠. 욕심이 과한가요?”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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