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올해는 예능, 음악, 영화, 광고, 웹튠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19금(禁)’을 표방한 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났다. 굳이 19금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지상파에서도 19금 토크나 성인 유머 등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오는 24~25일 ‘투나잇(Tonight) 37.2℃’란 타이틀로 19금 콘서트를 연다. ‘MBC MUSIC’의 ‘하하의 19TV 하극상'(하극상)은 노골적인 리얼 19금 토크쇼다.
tvN ‘SNL코리아’는 대놓고 섹시 코미디를 내세운다. 성적 유머의 수위도 제법 높다. 기상 캐스터 출신 박은지와 개그우먼 안영미가 과감한 노출경쟁을 벌이며 선보인 일기예보는 큰 화제가 됐다.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의 패러디물인 ‘이엉돈 PD의 먹거리 X파일' 코너에도 섹스 코드가 있다.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패러디한 손담비가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는 모습을 감질나게 보는 형사 신동엽 표정은 ‘19금'을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SNL코리아’ 시즌3는 신동엽의 고정 크루 가세로 인해 더욱 풍부해진 19금 코미디와 정치 풍자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19금 콘텐츠는 인간 욕망의 확장이나 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본다면 바람직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구축한 일등공신은 뭐니해도 신동엽이다. 신동엽은 ‘강심장’ ‘불후의 명곡2’ 등의 진행자로 19금 토크를 살짝 끼워넣곤 한다. 대부분은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분위기를 잘 이끌어낸다.
신동엽은 기자에게 “나는 갑자기 야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 20년 전부터 이런 토크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별로 반응이 없다가 올해 유독 내 19금 토크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여주었다. 나의 이런 토크를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자연스럽게 이해해주는 분이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크쇼에서 진행자 신동엽이 19금 토크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자 ‘놀러와’의 권오중과 ‘고쇼’의 성동일 등 패널과 게스트도 19금 토크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효리나 고현정의 토크도 경우에 따라서는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경우가 있다. 연예생활 경험이 늘어나면서 과감해지는 이효리와 고현정의 토크는 화통하고 솔직하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19금이 포함된 토크쇼가 나온 시점은 연예인이 출연해 수다를 떠는 토크 버라이어티가 식상하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놀러와’와 ‘해피투게더’가 오랜 기간 안정된 시청률을 유지했으나 최근 1~2년 사이 일반적인 토크쇼의 식상함이 함께 찾아오면서 고전하기 시작했다.
토크쇼는 한 인물을 깊이있게(‘힐링캠프'와 ‘승승장구') 또는 다각도(‘라디오스타')로 탐구하는 식으로 변하든가, 일반인 게스트로 확실한 개성과 차별성을 보여주는(‘화성인 바이러스'와 ‘안녕하세요') 방식으로 방향을 잡으며 생존을 모색해나갔다. 19금 토크는 만만치 않은 토크쇼 생태계의 변신 속에 수면 위로 부상했다. 19금 콘텐츠는 케이블 채널등 매체들이 많아지고 시청자층과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타깃 오디언스'를 확실히 잡는 전략으로도 유효하다.
19금 토크는 잘만 사용하면 토크를 기름지게 만들 수 있다. ‘은교’나 ‘피에타’ 등 영화에서도 19금 소재를 다룬 성인 영화가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19금 콘텐츠는 잘못 활용되면 불쾌하거나 불편함을 남길 수도 있다. 19금은 시간과 장소, 맥락이 중요하다. 섹시함과 노출이 콘텐츠ㆍ스토리와 자연스럽게 결합되지 않은 채 단순히 노출을 위한 노출과 ‘섹시’를 위한 ‘섹시’ 콘셉트에 머무른 사례를 자주 보아왔다. 걸그룹의 섹시 코드도 성공 케이스가 그리 많지 않다.
19금 콘텐츠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획도 중요하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야한 농담을 해도 신동엽이 하면 봐주지만 유재석이 한다면 이상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19금 토크를 받아들이는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19금 토크는 노골적인 돌직구보다는 우회적인 방식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섹시한 콘셉트를 내세운 걸그룹이 멋있다는 반응 이전에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아직 ‘19금’ 콘텐츠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섹시함을 자연스럽고 자신있게 소화하고, 그 섹시미를 체득한 데서 오는 여유까지 보여주는 여성 스타도 별로 없다. 19세 이상 성인이 이해하기에 좋은 콘텐츠라는 ‘19금’이 노출과 섹시함 일변도로 이해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유행하기 시작한 19금 콘텐츠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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