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風 능력있는 여성 대거 임원 약진 質風 학벌파괴, 스펙보다 자질 우선 靑風 젊어진 CEO들…30대임원 급증

2009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불황은 재계에 강력한 성과주의 ‘기조’를 자리잡게 했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품으로 탁월한 성과를 이끄는 조직과 인물들에게 기업은 점점 더 많은 기회와 포상, 권한을 부여하는 추세다.

특히 성과주의의 바람은 우리 사회에 수십년간 뿌리박고 있는 성차별, 학벌, 연공서열 등을 부수는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능력있는 여성들이 중용되고, 학벌보다는 업무능력과 자질이 중시되고, 연공서열이 파괴되는 ‘체질개선’과 ‘인적 혁신’의 모습이 임원인사와 채용 등에서 잇달아 감지된다.

올 연말 이뤄진 재계 임원 인사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여성들의 약진이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삼성그룹이다. 올해 여성 임원 승진 규모가 12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그 가운데 10명이 신임 승진자다. 마케팅, 소프트웨어, 바이오 신약, UX(사용자경험) 등 폭넓은 감각과 섬세함이 강조되는 분야에서 여성전문가들이 별(임원)을 달았다. ‘여성인재론’을 누구보다도 강조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 아래 삼성은 채용에서 승진까지 모든 단계에서 여성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입사 전형에서 남자들을 위한 군필자 가산점도 빼버렸다. 삼성 관계자는 “장차 임원이 될 수 있는 여성 부장이 그룹 내에 200명이 넘는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 중에서도 곧 CEO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약진은 재계 전반에서도 감지된다. LG그룹도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에서는 올해 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전무가 탄생했다. 이미 그룹 전체 280명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이 16명이다.

SK그룹도 700여명의 임원 가운데 10여명의 여성 임원이 포진하고, 코오롱그룹에서는 창사 이래 첫 여성 CEO가 올해 탄생하기도 했다.

학벌 파괴도 하나의 커다란 트렌드다. 지방대, 비명문대 출신 임원들이 탄생하는 수준을 넘어 고졸 CEO가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올 인사에서 LG전자 사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생활가전사업본부장은 공업고등학교 출신이다. 옛 금성사 시절 LG에 입사해 평생을 세탁기 개발에만 전념해 온 끝에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게 됐다.

삼성의 경우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만 생산직, 기술직을 중심으로 고졸 출신 임원이 이미 200명에 육박한다. 졸업장보다는 업무능력과 열정, 성과 등을 높게 평가한 데 따른 결과다.

임원인사에 불고 있는 학력파괴의 바람은 특히 채용 사이드와 맞물려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학력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 첫 고졸 공채를 실시했다. 지원자들의 자질이 예상외로 우수하자 당초 계획보다 100명 많은 700명을 뽑았다.

오래전부터 능력있는 고졸자들을 우대했던 포스코는 아예 올해 신입사원의 절반에 달하는 3000여명을 고졸자로 채웠다. 한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200명의 고졸자를 공개 채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고졸사원들을 위해 사내 기업대학도 만들기로 했다. 단순히 고졸자를 뽑기만 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젊음’도 재계를 강타하고 있는 키워드다. 더 젊은 감각과 마인드로 불황을 돌파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젊은 사장, 젊은 임원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신임 사장의 평균 나이는 54.4세다. 지난해 57.1세에서 2.7세 낮아졌다. 삼성 사장 전체 나이가 젊어지는 것과 궤도를 같이한다. 지난 2008년에만 해도 삼성그룹의 사장 평균 나이는 61세였다. 신세계 그룹도 CEO 평균 연령이 57.3세에서 54.9세로 크게 낮아졌다. 사장들이 젊어지니 임원들이 젊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삼성, LG 등 주요그룹에서는 올해 30대 임원이 대거 탄생했다.

재계 관계자는 “50대 전후, 명문대 출신, 남성이 임원자리를 독식하던 관례는 그야말로 옛날 일이 됐다”면서 “혁신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당분간은 젊음, 능력,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재계 인사와 채용에 큰 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협찬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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