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그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특유의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섬세한 손짓 사이에서 6년을 기다린 공개서비스에 대한 부담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간혹 터지는 웃음 너머로 게임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마저 엿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온라인게임의 부흥이라는 사명감과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안기는 무게감보다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듯이 보였다. 자신의 본명보다는 '천재 개발자',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로 더 유명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가 드디어 유저 곁으로 돌아온다.
그의 분신과도 같은 게임인 '아키에이지'는 지난 12월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1월 2일부터 공개테스트를 시작한다며 정식으로 발표했다. 5차례의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하며 유저들의 냉엄한 검증을 마친 '아키에이지'는 이제 2013년을 장식할 가장 빛나는 주인공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송재경 대표는 '아키에이지'에 대해 즐길 것이 많은 게임이라 설명한다. 레이드와 아이템 중심의 단순화된 MMORPG가 아닌 하우징, 채집, 건설, 농사 등 이른바 생활형 콘텐츠라 부를 수 있는 '현실적인'즐길거리가 대거 구현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 콘텐츠가 기대 이상의 자유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임이 강제하는 즐거움이 아닌 유저 스스로 창조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아키에이지'만의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그는 자부한다.
[MMORPG 본연의 가치관 추구]송재경 대표가 국내 MMORPG 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인 '리니지'가 공개된 것이 지난 1998년, 이미 1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일이다. 그래서 왜 다시 MMORPG로 회귀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떠돌고 있다. 자신이 일군 한국형 MMORPG의 역사 속으로 되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등을 개발할 때는 MMORPG라는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였고 모델로 삼을만한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듯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때에 비해 현재 출시되는 MMORPG의 완성도는 분명 뛰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을 겪으며 정형화된 재미를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MMORPG가 가진 근본적인 의미는 유저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즐거움과 재미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아키에이지'를 통해 그 원형적인 가치에 접근하고 싶었다."
'아키에이지'는 공개테스트 전에 이미 5차례의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했다. 특히 4차 테스트의 경우 90일 넘게 진행될 정도로 오랜 검증기간을 거쳤다. 이 과정을 통해 비약적인 완성도 향상을 일궈냈지만 그만큼 유저들에게 '익숙한'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개테스트를 앞두고 신비감을 상실했다는 것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물론 오랜 테스트로 잃은 부분은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긍정을 확보했기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게임은 유저들과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다. 일방적으로 개발사의 입장만을 전달한다면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고 본다. 사실 1차 테스트 때는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다섯 번에 테스트를 통해 수많은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아키에이지'가 존재할 수 있었다. '아키에이지'를 만든건 개발진이 '솔로잉'이 아닌 유저들과의 '파티플레이'다."
'아키에이지'는 소위 '레벨업 노가다'로 불리는 고레벨 중심의 단편적인 재미 구조가 아닌 생활형 콘텐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다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비공개테스트 기간 내내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 살아왔다는 유저들의 경험담이 이를 방증한다.
일면 무리한 시도로 보이는 이런 다채로운 즐거움의 추구 역시 테스트를 통해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송재경 대표의 설명이다. 대중성을 확보한 독창적 MMORPG. 그것이 '아키에이지'가 가진 매력 요소로 보인다.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것]'아키에이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높은 자유도다. 게임 내에서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굳이 레이드와 사냥이 아니더라도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고 배를 만들며 여유롭게 살 수 있다. 이런 플레이 패턴이 가능한 것은 단순히 선택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 아니라 개별 유저들의 소소한 삶이 레이드 못지 않은 중요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키에이지'에서 거대한 성을 짓기 위해서는 다수의 유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이 가진 '노동력'의 도움 없이는 대형 건축물을 만들 수 없다. 게다가 이런 개인의 '노동력'은 게임 내에서 '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다른 MMORPG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도다.
"게임 내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에 행동에 '노동력'포인트를 소모하도록 한 것은 라이트 유저와 헤비 유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물론 게임을 오래, 열심히 하면 그만큼의 특권을 누릴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라이트 유저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건 원치 않았다. '노동력'개념이 도입되며 아무리 하수라 할지라도 전체적인 게임내에서는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모두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는 기본 명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면 된다."
온라인게임의 침체가 모바일게임 열풍과의 비교 때문에 더욱 도드라지는 상황에서 '아키에이지'가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송재경 대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지 말기를 당부했다. 고착된 성공 법칙에 함몰돼 소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이럴 때 일수록 과감한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한국형 MMORPG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라는 점에서 송재경 대표의 조언은 의미하는 바가 깊어 보였다. 6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딘 '아키에이지'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천재 개발자'가 만든 '대작'게임이라는 세간의 평가에서 알 수 있듯 다른 게임과는 비교되지 않는 엄청난 기대와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여정이다.
하지만 송재경 대표는 걱정보다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게임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인 '재미'와 '완성도'에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과정이 있었다. 그러기에 그 동안 지켜봐준 유저들에게 너무 큰 고마움을 느낀다. 열심히 만들었고 많이 노력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HOT PROMOTION]아키에이지 트릭아트
공개서비스를 앞둔 아키에이지 게임성만큼 독특한 홍보 마케팅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내 최초로 지하철 역사내에 설치된 '아키에이지'트릭아트다. 트릭아트란 빛의 굴절과 반사를 이용해 2D 평면 회화를 3D와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미술작품을 의미한다.
'아키에이지'는 강남역에 게임속 세계관의 시초가 되는 인물들과 함께 유저가 직접 원정대에 합류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트릭아트를 설치, 많은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강남역 지하상가 내에 아키에이지 브랜드 존을 개설, 공개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이고 있다.
[송재경 대표 프로필]● 1990년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졸업 ● 1992년 카이스트 석사과정 ● 1992년~1993년 카이스트 박사과정 ● 1994년 머드게임 '쥬라기 공원'개발 ● 1994년 넥슨 공동 설립 ● 1995년 세계 최초 MMORPG '바람의 나라'개발 및 상용화 ● 1998년 '리니지'상용화 서비스 ● 2000년 엔씨소프트 부사장, 개발 총괄 ● 2003년 엑스엘게임즈 창립, 現대표이사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plus.kr정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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