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휴르젯(Hürjet)을 만든 항공사의 이름은 터키항공우주산업, 즉 TAI입니다. 우리나라의 T-50을 만든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앞글자만 다른 소름끼치는 제작사명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물론 지금은 터키쉬에어로스페이스, TUSAS로 약칭을 바꿨더군요.

TUSAS 홈페이지는 첨단 제트 훈련기 휴르젯은 최신 항공 전자 장비와 고성능 기능을 가춘 단일 엔진, 탠덤 시트로 뛰어난 성능 특성을 통해 현대 조종사 훈련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전투형은 광범위한 임무 역량과 탑재량을 통해 전장에서 전력을 높인다고 덧붙이죠.

휴르젯 프로젝트의 목적은 노후화된 T-38 훈련기와 F-5 공중곡예팀 항공기를 현대식 고성능 다목적 항공기로 교체하는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튀르키예 공군의 F-16C/D를 보조해 근접항공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전투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죠.

초기 연구는 2017년 7월에 시작했습니다. 한 달여 뒤인 8월 14일 TUSAS 이사회로부터 프로젝트 승인을 받고 공식 시작을 알렸죠.

개념설계는 프로젝트 시작 8개월 만인 2018년 4월에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2019년 2월 완료됐어야하는 초기설계검토(PDR)은 5개월 지연된 2020년 7월에 완료됐고 중요설계검토(CDR)와 시제기 제작까지 줄줄이 연기되면서 예정보다 1년 반 가량 늦은 2023년 4월 23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시험비행 당시 휴르젯은 약 26분 동안 1만4000피트에서 시속 463㎞를 달성했죠.

튀르키예 정부는 휴르젯의 시험비행 성공 사실을 이틀 뒤인 4월 25일에 공식발표했습니다.

이후 휴르젯 시제기는 2023년 9월 3일 튀르키예 스타즈 공중곡예팀과 편대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2024년 5월에는 튀르키예의 스텔스 무인기 안카-3(Anka-3)와 편대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또 2024년 7월 11일 처음으로 초음속 비행 시험에 성공했고 고도 3만 피트에서 79번의 비행을 완료했죠.

TUSAS 홈페이지에 공개한 휴르젯의 제원을 살펴보겠습니다.

길이 13.6m, 날개 길이 9.5m, 높이 5.1m, 날개면적 35㎡로 각각 13.14m, 9.45m, 4.94m, 23.69㎡인 T-50계열 항공기보다 약간 큽니다.

엔진은 T-50계열과 같은 제너럴 일렉트릭의 F404-GE-102 엔진 1기를 장착했습니다.

최대속도는 마하 1.4로 마하 1.5이상을 자랑하는 T-50 계열보다 약간 느리고 탑재량이 2721㎏으로 FA-50의 약 4.5t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최대상승고도는 13.7㎞, 중력가속허용치는 +8/-3G로 각각 14.8㎞, +8.3/-3G인 T-50계열 항공기의 사양보다 약간 낮습니다.

항속거리는 2222㎞로 나와 있는데 내부연료로만 비행할 때인지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했을 때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네요.

T-50계열 항공기는 내부연료를 이용할 때 1852㎞,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하면 2592㎞로 알려져 있어 같은 엔진을 쓰면서 동체 크기가 약간 큰 것으로 미뤄볼 때 연료탱크를 장착했을 때의 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장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현지 군사전문지 등을 살펴보니 동체 중앙에 1개와 좌우 날개 아래 3개 등 모두 7개의 하드포인트가 있어서 튀르키예에서 개발된 거의 모든 공대공미사일과 공대지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 기총을 내장하고 7개의 하드포인트가 있는 것까지 T-50계열 항공기와 꼭 닮았습니다.

튀르키예 공군은 모두 100대의 휴르젯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초기 주문으로 4대의 휴르젯 블록0를 2025년 말까지 인도받고 블록1 12대는 2028년까지 추가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외형과 성능이 이토록 유사한 휴르젯과 T-50계열 항공기는 세계 방산시장에서도 그 포지션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스톡홀름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9~2023 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 2.0%로 10위, 튀르키예는 1.6%로 11위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에서 매년 발표한 100대 글로벌 방산기업에는 우리나라가 한화(19위)와 LIG넥스원(58위), 현대자동차(73위) 등 3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 반면 튀르키예는 아셀산(42위)과 TAI(50위), 로켓산(71위), MKE(84위), ASFAT(94위) 등 5개 기업이 순위 안에 들어갔죠.

사실 이런 수출액의 규모와 업계 순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산수출은 튀르키예 보다 앞서있다는 평가가 더 많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2월 결론이 난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사업에서 FA-50과 인도의 테자스, 튀르키예의 휴르젯이 맞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KAI의 FA-50이 18대의 항공기를 수주하며 우리의 승리로 기록됐죠.

하지만 스페인 공군의 훈련기 사업에서는 어떤 결정이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튀르키예는 2024년 7월 28일 튀르키예 공군 휘장이 찍힌 휴르젯을 스페인 토레혼 공군기지에 보내 스페인 공군의 평가를 받게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보잉의 T-7A 레드호크와 KAI의 T-50, 레오나르도의 M-346 등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휴르젯은 록히드마틴의 이름으로 TF-50N이 참여하는 미 해군의 훈련기 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지난해 10월에 열린 튀르키예 최대 규모 항공우주기술 축제인 테크노페스트에서 실물기체를 전시하고 시험비행을 선보였고 연달아 열린 SAHA EXPO 2024에도 참가하면서 대대적으로 휴르젯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선 9월 4일에는 이집트 에어쇼에 참가해 피라미드 상공에서 시범비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과 스페인, 캐나다 등이 가장 수출 가능성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고 TUSAS는 해외 수출로만 300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우리 방산제품을 튀르키예는 아프리카와 가깝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통로에 있다는 지역적 특성과 무슬림이라는 종교적 색채를 앞세워 비교우위에 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항공기 소프트웨어도 완전한 우리 기술이 아니고 무장통합도 자유롭지 못한 T-50이나 FA-50 보다는 KF-21을 수출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높은 국산화율로 협상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비에이션 디펜스 마켓 리포트가 발표한 시장전망 분석 자료를 보면 세계 훈련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5.91%로 2034년까지 120억 달러에 달할 것 전망했고 영국의 제인스 시장분석 자료에는 FA-50급 전투기의 시장규모가 2031년까지 2713개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여서 이 시장을 포기하기에도 좀 아쉽네요.

우리의 수출전략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을까요? 여러분의 고귀한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김성근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김율 / 운영책임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