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이정아 기자ㆍ이영돈 인턴기자] 4년차 기자의 시선.

1. 김민희와 홍상수의 연애 소식을 전하는 자칭 ‘단독’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기사에 최소한의 취재원 멘트 한 줄이 없다. 기사가 아니라 썰이다. 그것도 김민희는 불륜녀고 홍상수는 애처가라는 주제의식이 가미된. 이 기사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다. 오늘도 포털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를 채우는 단독기사는 난무하니까.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별 내용도 없건만, 기사들은 저마다 ‘단독’이라는 완장을 자랑스럽게 뽐내며 웹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2. 단독기사가 얼마나 남발되고 있는지는 포털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다. 22일 단 하루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단독기사는 무려 87건.

단독기사는 수많은 언론사 중 나 혼자 전하는 ‘싱싱한’ 내용이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영미권에선 단독기사를 ‘exclusive news’(독점한 뉴스)라고 한다. 기자와 언론사가 독점한 정보로 쓴 단독기사는 그 자체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래서 기자들은 단독기사를 써야 비로소 “내가 진짜 기자질을 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단독기사가 진짜 단독이 아니라는데 있다.

'단독' 낚시 성공... [사진=만화 '아랑전' 캡처]

3. 먼저 22일 네이버에 올라온 단독기사 가운데 28%를 차지한 건 연예기사다.

연예인이 차를 바꾼다는 내용의 “김도균, 현대액센트 버리고 기아K7으로 갈아탄다”(스포츠한국) 기사를 비롯해 어느 드라마팀이 오랜만에 모여서 연극을 관람했다는 “‘시그널’ 팀, 김원해 위해 다시 뭉쳤다…연극 ‘짬뽕’ 관람”(마이데일리), 드라마 마지막 원고를 탈고했다는 “‘또 오해영’, 최종회 탈고…엔딩 철.통.보.안”(OSEN) 등 가십성 소재에도 ‘단독’이 붙여 보도됐다.

연예인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더라, 정도의 단독기사도 수두룩하다. “김혜수, 배철수 만난다 …27일 ‘음악캠프’ 출연”(OSEN), “박수홍·김종민·솔지·줄리엔강·김신영, ‘어서옵쇼’ 재능기부 출격”(스타뉴스), “방탄소년단 정국X신화 이민우, ‘꽃미남 브로맨스’ 출격”(스포츠투데이) 기사가 그렇다.

연예기사만이 아니다. 이날 다른 언론사에서 1시간여 먼저 보도가 된 내용인데도 “검찰, 김정주 넥슨 대표 출국금지”(채널A) 기사에는 ‘단독’이 붙었다.

너도 나도 단독... 바야흐로 대단독시대(22일자 기준)

4. 그런데 왜 이렇게 단독기사가 시시콜콜 넘쳐날까.

단독기사는 포털에 종속된 우리나라 뉴스유통 구조의 그림자다. 누가 먼저 속보를 썼고, 누가 먼저 단독을 했는지 알 수 없는 환경에서 ‘더 많은 클릭수’를 확보하기 위한 언론사 간 경쟁이 더해진 것. 시덥지 않은 뉴스에 너도나도 단독을 붙여 기사를 출고하는 건, 단독을 붙이고 포털에 배포한 기사가 당장 뉴스 상단을 차지하는 불문율이 이 바닥에서 통하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왜 이렇게 클릭질 장사에 관심이 많냐고? 기사의 클릭수는 곧 언론사의 광고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 언론사의 생존 구조와 연관된 아주 골치 아픈 문제다.

  5. 디지털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트래픽을 끌어오기 위한 욕망은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한다.

박유천이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던 당시, ‘K-STAR 생방송 스타뉴스’의 한 취재진은 아시아투어를 위해 출국하는 김준수에게 “박유천이 논란에 휩싸였는데 대신할 말 없나?”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지만 기자는 질문을 이어갔다. “실망한 팬들이 많은데 할 말이 없는가요, 같은 그룹 멤버로서 심경이 어떤가요?…”

이날 입을 굳게 다문 채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는 김준수의 모습은 “김준수 출국 현장 포착…JYJ의 행보는?”이라는 기사에 그대로 담겨 23일 노출됐다. 이 기사 제목에도 ‘단독’이라는 두 자가 아주 당당하게 붙었다.

[사진=MBC 무한도전 갈무리]

6. 결국 단독 남용은 현 온라인 뉴스환경에서 언론사들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낸다. 보도 본연의 가치보다는 포털을 통한 더 많은 노출로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고 자사 사이트로 유입을 유도하자는 거다.

A 종합지 디지털뉴스 소속 7년차 기자는 “네이버를 통한 유입 비율이 30~40%(UV의 경우)에 달하다 보니 무시할 수 없다”며 “단독은 포털 노출을 위한 최적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토로한다. 기사로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고 경종을 울리겠다는 진지한 저널리즘의 시대와는 다른 풍경이다.

7. 기사의 양은 예전에 비해 수백 배 늘었고 이와 비례해 단독기사도 넘쳐나고 있지만 기사의 질은 퇴행되고 있다.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포털뉴스에서 유입되는 트래픽이 해당 언론사의 광고 단가와 연결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리라 장담할 수 없다.

더 우울한 것은 기자들이 이런 관행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사제목에 ‘단독’이라고 붙일지 여부를 두고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와 기사 편집 및 최종 출고 권한이 있는 데스크 간 의견 차가 생기는 경우들이 많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겠다.)

기자들은 어떤 사안을 먼저 보도하고 제목에 ‘단독’을 표기했다는 것만으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질 높은 기사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일단 나부터도 그렇다.

  덧1) 작은 바람을 전하자면, 독자들은 실시간 검색어와 연관돼 뜨거나 제목만 봐도 혹하게 되는 자극적인 연예기사를 클릭해서 읽지 않았으면 한다. 이 중 99%는 기사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덧2) 이번 글은 연예기사의 단독을 중심으로 작성됐다. 다음 편에는 지상파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이나 신문기사 등이 온라인상에서 시간차 단독, 기획 단독 등을 사용하는데 대해 과연 어디까지 단독으로 봐야 하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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