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행 작년 4월 1년 한시에서 내년 3월로 연장

최근 3개월간 4대 은행 중기 대출 1.5조원 감소

신용 위기에 대출 문턱 높아지자 ‘정책금융’ 강화

경기 부진에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중소기업들의 신용이 악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추가경졍예산(추경)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암 대불산업단지 전경. [뉴시스]
경기 부진에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중소기업들의 신용이 악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추가경졍예산(추경)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암 대불산업단지 전경. [뉴시스]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경기 부진과 관세 충격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을 위해 1년 한시 도입됐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들의 신용이 갈수록 악화하자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기업 자금조달 숨통을 틔워준다는 복안이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신속금융지원프로그램’ 확대 방안을 최근 내년 3월 말까지 1년 더 연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속금융지원프로그램은 일시적 유동성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상 경영이 가능한 기업에 대해 일정 기간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고 금리 인하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지난해 4월 금융위는 중견·중소기업들을 위한 은행권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신속금융지원프로그램’을 1년 한시로 확대 시행했다. 지원 대상에 일시적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 포함했고, 대출금리도 시중은행의 조달금리수준으로 낮췄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신속금융지원프로그램을 확대했는데 올해 초 종료가 돼서 은행과 협의해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강화한 것은 최근 경기 부진에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 높이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은 540조5270억원이었다. 지난 1월 말 542조213억원에서 약 1조4943억원(0.3%) 줄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부실이 심화하면서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보다 까다롭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잇달아 기업 여신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출 감소 영향과 재무적 대응 능력을 고려해 리스크 수준을 파악하고 상시로 기업 여신을 관리하고 있다. 관세 협상 상황을 고려해 상반기 중 정기 산업등급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어려움을 겪는 중소법인들에 금리 지원 등으로 이자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이를 통해 연체율을 낮춰 건전성도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도 잠재 부실 자산에 대한 조기 식별과 선제적 관리 등을 통한 자산 선별력을 강화해 중소기업 여신에 대한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특화채널인 ‘BIZ프라임센터’를 주요 거점에 확대해 맞춤형 금융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은행권의 중소기업 여신 규모는 앞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는 나쁜 소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는 1분기 0에서 2분기 -6으로 악화했다. 같은 시점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를 3에서 6으로 올린 것과 상반된다. 대출태도 지수가 음(-)의 값이라는 것은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금융사가 완화할 것이라고 답한 금융사보다 많다는 의미다. 2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도 22로 조사됐다. 대기업은 8에 그쳤다. 신용위험이 양의 값이면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지만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전성 악화가 뻔한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RWA(위험가중자산) 규제 완화 방안이 거론되지만, 당국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한 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기 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해서 은행들에 대출을 늘려라, 이런 식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부등급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위험가중치를 산정하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당국이 규제를)풀어줄 게 별로 없다”며 “상대적으로 정상 차주는 민간 금융에서 소화를 하고, 취약한 차주들의 경우 정책금융을 통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추경을 통해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4조5000억원 규모의 ‘위기기업특례보증’을 신설하고,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수출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자금 25조4000억원을 추가로 공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상호관세에 따른 1차 피해 업종을 대상으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2·3차 등 협력사들에 대한 자금 지원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추경을 통해 정책금융의 역햘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