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 판매량 ‘톱3’ 모두 SUV 차지

현대차 아이오닉 6·기아 EV4, 신차효과 미비

전기 SUV, 세단 모델 대비 공간활용성 우위

기아 소형 전기 SUV EV3 [기아 제공]
기아 소형 전기 SUV EV3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쏠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국내 대표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베스트셀링 전기차 모델도 모두 SUV가 차지한 것은 물론 일부 파생 전기 SUV 모델은 전기차가 내연기관 판매량을 넘어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세단 모델은 신차효과 없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 ‘톱3’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전기차(상용차 제외)는 모두 SUV 모델이다.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기아 소형 전기 SUV EV3로 모두 3057대가 팔렸다.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 5(1458대)와 아이오닉 9(1009대) 순이다.

올해(1~4월) 누계 판매량에서도 EV3(8775대), 아이오닉 5(4125대), 현대차 캐스퍼(3215대) 등 전기 SUV가 나란히 판매량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 SUV 선호현상은 소형부터 준중형, 대형에 이르기까지 세그먼트 구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소형 SUV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EV3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시장에서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EV3는 올해 1분기(1~3월) 유럽시장에서 1만7878대가 팔렸다. 이는 지난해 4분기(7053대) 대비 153% 늘어난 수치로 올해 1분기 기아 전기차 판매량의 64%에 해당한다.

현대차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 제공]
현대차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소형 전기 SUV 캐스퍼는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 기존 내연기관 기반 전기차가 이례적으로 내연기관 모델 판매량을 넘어서며 눈길을 끌었다.

캐스퍼는 올해 1~4월 국내 시장에서 모두 5699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3215대로 같은 기간 2484대를 기록한 내연기관 판매량을 넘어섰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이 기반을 둔 파생형 전기차가 내연기관 판매량을 역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 현대차 또 다른 소형 SUV 코나의 경우 올해 내연기관은 6238대, 전동화 모델은 1198대가 팔렸다. 기아 경차 레이 역시 올해 누적 판매량 1만7009대 가운데 전기차는 2423대가 판매됐다.

반면 전기 세단은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브랜드 첫 순수 전기 세단 아이오닉 6의 경우 지난달 610대가 판매됐다. 이는 아이오닉 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제네시스 대표 대형 세단 G80의 경우 지난달 내연기관 모델이 브랜드 내 가장 많은 4340대가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전기차는 32대가 팔렸다. 올해 누적판매량에서도 전동화 모델은 전체 판매량(1만4945대)의 2% 수준인 400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기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기아가 지난 3월 출시한 브랜드 최초 전기 세단인 EV4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831대가 팔렸다. 이는 EV3에 이어 브랜드 내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지만, 업계에서는 신차 출시 처음으로 받아든 성적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EV3의 경우 출시 첫달인 지난해 8월 국내 시장에서 4002대가 팔리며 전기차 부문에서 베스트셀링카로 등극했다.

기아 순수 전기 세단 EV4(왼쪽), 현대차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현대차·기아 제공]
기아 순수 전기 세단 EV4(왼쪽), 현대차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현대차·기아 제공]

이 같은 판매량이 지속할 경우 EV4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연 1만대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앞서 지난 2월 스페인 타라코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유럽 8만대, 미국 5만대, 국내 2만5000대 등 EV4의 연간 목표 판매량으로 16만5000대를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에서 SUV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로 세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간활용성’을 꼽는다. EV3와 EV4를 비교하면, 트렁크 용량은 각각 460ℓ(VDA 기준), 490ℓ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EV3는 약 25ℓ 수준의 프렁크 공간을 갖춘 반면, EV4는 프렁크 공간이 없다.

아울러 두 모델 모두 2열 시트 폴딩이 가능해 적재 용량을 1250ℓ 수준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선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세단 모델인 EV4의 경우 상대적으로 좁은 트렁크 입구 탓에 부피카 큰 물건을 넣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SUV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차 강세가 더해지면서 전기 SUV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전기 SUV는 캠핑 등 야외활동을 즐길 때 각종 전자기기를 연결해 사용하기 쉽고, 세단 모델과 비교해 공간 활용성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