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시행하려던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1년 배출량의 최대 10% 수준까지 내연차 생산이 가능해진다. EU의 유턴은 무리한 전기차 전환이 자국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중국산 전기차의 범람을 불렀다는 인식 때문이다. EU에 앞서 미국도 내연차 정책을 재편 중이다. 지난 10월 대당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전격 폐지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유산인 ‘연비 규제’마저 완화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큰 손’들이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탈(脫)내연차 속도조절에 나선 만큼 우리도 전략적 대처가 필요하다.

FT에 따르면 개정안은 친환경 철강을 사용해 차량을 생산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2035년 이후에도 각 업체의 2021년 탄소 배출량의 최대 10% 수준까지 내연차 생산을 허용한다. 자동차 업체들이 제한된 수량의 휘발유·경유 차량을 계속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위주로 산업이 완전히 재편될 경우, 내연차 시장의 강자였던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보급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속내엔 중국의 저가형 차량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렸다. 실제 꾸준히 성장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것은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 업체다. 특히 중국 전기차는 유럽 전기차의 반값에 불과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반면에 독일 폭스바겐은 16일 창사 88년 만에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의 탈탄소 로드맵은 ‘2035년 내연차 판매 전면 금지’를 선언했던 EU의 규약에 맞춰 진행돼 왔다. 산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10년 뒤 신차의 70% 이상을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채운다는, 사실상 내연차 퇴출에 준하는 급진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정한데 따른 것이다. 산업계는 “48% 감축도 어렵다”고 반발한다. 이런 극단적인 목표는 1만여 내연차 부품업체에 치명타를 입히고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상징과도 같았던 EU 마저 탈내연차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에서 ‘나 홀로 과속’은 우리만 손해보는 일이 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인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내연차의 연착륙을 유도할 실용적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