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잘못이 아냐 너는 나다”

사고지역엔 작은 글귀 빼곡

참사때마다 부랴부랴 대책

현장은 대부분 생색내기만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19) 씨 사고가 벌어진 지 4일로 꼭 100일이다. 김 씨가 사망한 후 시민들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너는 나다’는 글귀를 적은 위령판을 사고가 벌어진 강남방면 9-4 스크린도어에 설치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각종 계약문제가 불거졌다. 김 씨가 속했던 하청업체 은성PSD 소속 직원들을 서울메트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2인1조 근무를 의무화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들을 잇따라 내놨다.

김 씨의 빈소에서 만났던 동료직원 A 씨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메트로로 소속을 옮기고 전보다 월급이 20만~30만원 정도 오른 것 같다”며 “혼자서 근무 나가는 것은 확실히 없어졌고, 지금 신규채용한 직원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현장 발령 나면 근무환경이 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지 한달이 지난 상태에서 구의역에 붙어있던 추모의 글들. 구의역 사고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픔의 상징이 되고 있다.  [헤럴드 DB]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지 한달이 지난 상태에서 구의역에 붙어있던 추모의 글들. 구의역 사고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픔의 상징이 되고 있다. [헤럴드 DB]

이처럼 구의역 사고 후 각종 불합리한 문제들은 일부 해소됐지만, 시야를 돌려보면 하청문제 등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아픔이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김포공항 50대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삭발했다. 김포공항 청소용역업체 비정규직노조 손경희 지회장은 단식투쟁도 개시했다. 2일로 단식 4일차다. 대부분 50대인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는 지속적인 성폭력과 살인적인 업무강도 때문이다.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원청업체인 한국공항공사 출신 퇴직자들은 청소용역업체 현장관리직으로 내려왔다. 청소노동자들은 회식자리에서 무릎에 앉혀졌다. 관리직은 은근슬쩍 청소노동자의 가슴을 더듬거나 소주병에 풋고추를 끼워서 술을 따랐다. 노동강도와 임금 역시 문제였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쉬는 시간이 없도록 근무했다. 동료와 간식을 먹다가 들키면 시말서를 썼다. 지난 6월 발생한 에어컨 수리기사 사망사고 이후 눈에 띄는 대책 변화가 없는 것도 문제다. 에어컨 수리기사 진모(42) 씨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빌라 3층에서 안전장치 없이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 난간과 함께 떨어져 숨졌다. 사고 이후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는 ‘안전장비를 지급하고 안전교육을 시행했다’고 했다. 이어 회사 측은 사고 이후 사다리차를 지원하고 2인1조 근무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달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측 관계자는 “1시간에 1건을 처리해야 수리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사다리차를 부르고 고칠 현실적 여건이 안된다”며 “2인1조 근무도 인원이 부족해서 아르바이트라도 붙여주겠다는데 아직까진 생색내기일 뿐이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