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갈수록 격해지는 양상이다. 급기야 미국은 8일(현지시간) 이란의 ‘원유수출 허브’인 걸프 해역의 하르그섬 인근을 공습해 유조선을 타격했다. 경제적 숨통을 끊어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에 맞서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시설들에 공격을 가했고, 사우디는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 중동전쟁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동전 긴박감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파병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측이 ‘파병을 서둘러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며 중간선거(11월 3일) 일정을 거론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위한 준비 절차의 일환으로 미군 공군기지가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실사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전투 상황과 군사 거점, 기항지 위치 등을 미리 파악하고, 우리 군 전력이 파병될 경우 어떤 방식과 경로로 정비·보급받을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당초 파병 대상으로 거론된 군수지원함은 호르무즈 해협까지 이동하는 데만 1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초계기 등 항공 자산 파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가 미국 중간선거를 고려해 11월까지 파병하는 방안을 상정한다면, 국회 동의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이달 중 호르무즈 파병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야당이 신중론을 펴고 있고, 여당내 일각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들의 파병 반대 의사, 국민여론, 이란의 보복 예고 등을 두루 살펴야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다.
파병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그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공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항 지원이라는 국제공조 참여, 비전투 임무 복무, 한미동맹 공고화로 통상·안보상 국익 확보 등이 담보돼야 한다. 특히 국제공조는 이란과의 외교 파탄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8일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긴밀한 공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와 영국은 ‘항행의 자유’라는 보편적 규범으로 호르무즈 해법을 찾는 다자적 협력체의 중심이다. 영국과 함께 15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다국적 기뢰 제거, 해상 안보 미션을 주도한 프랑스는 전쟁 참전에는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기뢰 탐지·제거함, 호위함, 해상초계기 등을 중동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이처럼 다자 협력의 틀 안에서 공동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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