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란의 해군함정 공격에 대응
이란 27개 항공사 등 무더기 제재
이란 “美 첨단 무인 잠수정 나포”
美기지 보복·걸프국 유조선 위협
후티, 사우디 4개도시·아람코 타격
사우디, 예멘수도 공습 전면전 양상
미군은 8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군 함정을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의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왕따 작전’의 일환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민간 항공사 27곳을 포함해 개인과 업체, 기관 등 36곳을 무더기 제재할 방침이다. 미국과 이란간 보복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도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사실상 전면전 수준의 난타전을 벌이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미군의 이란 유조선 격침이 “IRGC가 지난 이틀간 탄도미사일로 미 해군 함정을 2차례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미 해군 전함은 이란의 공격 시도를 성공적으로 회피했으며, 해당 지역에서 순찰을 계속했다”며 “미군 인원 중 부상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 오만만에서 IRGC의 유조선 4척과 이란의 석유수출기지인 하르그섬 인근에서 유조선 1척 등 총 5척을 격침시켰다면서 해당 유조선들의 명칭도 공개했다.
중부사령부는 “미군은 선박들이 공격을 받아 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유조선) 승무원들에게 선박을 포기하라고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 유조선들을 IRGC와 지역(중동) 대리세력에 자금을 지원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그림자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활용해왔다”며 “이란은 이들 선박을 방어할 수단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군이 이란의 미 함정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유조선을 격침한 것은 지난 5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중부사령부는 지난 5일에도 하르그섬 인근 2척과 오만만에서 1척 등 3척을 공격해 운항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대응과 동시에 이란의 하늘길을 묶는 등 경제적 제재 수위도 강화하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에 남은 항공사 전부를 제재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란 정권이 무기, 인력, 불법 화물을 수송하는 데 이용하는 항공 부문을 지원한 36개 대상에 제재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이란의 민간 항공사 27곳에다 튀르키예, 말레이시아 업체들도 포함됐다. 이 업체들은 2019년부터 미국 제재를 받아온 이란 최대 항공사인 마한항공이 아랍에미리트(UAE)나 튀르키예 등 제3국을 우회해 보잉 B-777 항공기를 인수하도록 중개하거나, 마한항공에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했다는게 OFAC의 설명이다.
OFAC는 민간 항공사 27곳에 대해 “오랫동안 이란 정권의 지역 불안정화 활동을 지원해왔으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마한항공처럼 겉만 민간항공사인 업체를 이용해 무기를 조달하고 인력을 수송해왔다”고 주장했다.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날 글로벌 금융기관을 상대로 이란 항공산업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신고할 것을 요청하는 경보도 발령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오늘 우리는 마한항공을 계속 지원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통해 그 약속을 이행했다”면서 “오늘 우리가 제재한 이란의 나머지 모든 항공사와 거래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러분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며 2차 제재를 예고했다.
이란은 즉각 반격했다. 미국의 유조선 격침에 대응해 IRG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요르단 알아즈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요르단 당국은 이란의 공습이 실제로 단행됐는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은 자국 유조선을 향한 미군의 공격에 책임을 물어 쿠웨이트와 바레인 근해에 있는 유조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IRGC 해군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무인잠수정을 나포했다고 주장을 펼쳤다. 이란은 미국의 ‘최첨단’ 무인 전력을 확보했다고 선전했지만, 미군은 고장 난 구형 장비로 민감한 정보나 기밀 장비가 탑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사우디와 후티 반군도 홍해 입구인 원유 수출을 위한 핵심 생명선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두고 무력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타격했다. 타격 목표에는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정유 및 전력 시설이 포함됐다.
사우디 당국은 이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타격이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위협의 근원을 제거하겠다며 보복에 나섰다. 투르키 알말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은 “테러 민병대를 억지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사우디 전투기들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의 주바와 서남부 타이츠 지역에 즉각 보복 공습을 가했다.
앞서 사우디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시도하는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며칠간 예멘 곳곳의 반군 거점에 대대적인 공습과 미사일 타격을 가했다. 당시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지난 3일 동안 카미스 무샤이트와 타이프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마리브, 알베이다, 알호데이다, 타이즈, 알자우프 등에 121차례에 달하는 무자비한 공습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AFP 통신은 후티 반군과 예멘 정부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한 주간 양측에서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한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면서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3일간 예멘 서해안 일대에서만 1만8500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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