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읽고 쓰는 한글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러나 한글날을 단지 훈민정음의 창제를 기념하는 하루로만 기억하기에는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남긴 정신은 훨씬 크고 깊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글을 몰라 자신의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고, 누구나 쉽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했다. 한글에는 이처럼 백성을 향한 마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중시했던 세종대왕의 정신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세종대왕의 정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까.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직접 참여하는 역사문화 체험’이다.
오는 2026년 10월 8일, 한글날을 하루 앞두고 서울 경복궁에서 서울시 후원 및 세종대왕국민위원회 주관 ‘2026 세종대왕 어가행렬 시민 참여 교육 및 체험단 운영사업’의 일환으로 시민 체험행사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한글의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되새기고,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사전 교육과 준비를 한 뒤 경복궁 일원에서 실제 어가행렬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30명의 시니어 모델들이 직접 행사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시니어 모델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다. 한복을 입고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세종대왕 어가행렬의 구성원이 되어 역사의 한 장면을 오늘의 공간에서 재현한다. 누군가는 왕을 보좌하고, 누군가는 행렬의 구성원이 되어 함께 길을 걷는다. 역사는 우리가 기억하고 경험할 때 현재가 된다. 교과서 속에서 글로 읽었던 세종대왕을 직접 표현하고, 한복을 입고 궁궐의 길을 걸으며 당시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순간, 역사는 더 이상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특히 시니어 세대의 참여는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시니어는 흔히 문화와 복지의 수혜자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시니어가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문화의 주체이자 전달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0명의 시니어 모델이 세종대왕 어가행렬에 참여하는 모습은 단순히 아름다운 행렬의 한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생의 경험을 가진 세대가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직접 표현하고,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가행렬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문화적 통로가 될 수 있다. 어린 세대에게는 세종대왕과 한글을 보다 친근하게 만나는 기회가 되고, 중장년 세대에게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한글날 역시 마찬가지다. 한글은 우리에게 단순한 문자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소통의 도구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날에 세종대왕의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은 과거를 흉내 내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세종의 정신을 오늘의 시민사회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일일 것이다. 참여하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의 경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복을 입고 함께 걷고,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모두가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시민이 되기 때문이다.
한글날 전야, 세종대왕의 길을 함께 걷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우리 역사와 전통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상도 세종대왕국민위원회 전문위원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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