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핵 능력을 가진 내 친구”라고 했다. 지난 21일 경기 파주시 남측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장병 3명을 다치게 한 폭발사건 원인이 북한군 매설 지뢰라는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잠정 결론이 내려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북한 지뢰도발과 정전협정 위반이 사실상 확인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김 위원장에 다시 한번 노골적인 ‘구애’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우리 정부는 이에 보조를 맞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론이 중대한 시험대에 든 것은 물론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얻는 동시에 대남 군사 위협을 강화하려는 김 위원장의 야욕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에 편승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 뿐 아니라 지뢰매설은 당장 우리 국민과 군의 안전을 극도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무력 도발이다. 특히 우리 장병 여럿이 큰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 우리 정부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군의 생명과 안전이다. 섣부른 북미, 남북미 관계 개선 시도가 아니라 ‘실효적 안보 강화’가 가장 중요한 국면이다. 북한이 대남 군사 위협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떠한 관계 개선이나 화해 정책도 무의미할 뿐 아니라 위험할 자초하는 일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방적 대북 ‘구애’와 한국 정부 ‘패싱’은 자칫 김 위원장의 오판 가능성과 우리의 안보 위협을 고조시킬 수 있다.

북미관계에서 한국의 외교적 관여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 지뢰도발에 대한 한미 공동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태가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29일 DMZ 현장조사에서 기존 폭발 지뢰 2개와 장병 목격 1개 외에 미폭발 1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날 강신철 국방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정전협정 위반은 명백하고 북한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신속한 조사뿐 아니라 유엔사, 한미연합군사령부, 미군, 미 국무부와 백악관 등 한미동맹과 국제공조 차원에서 공동의 성명과 대책을 하루빨리 이끌어내야 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북한지뢰사건이 ‘한국군부’의 자작극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대북확성기 재설치를 주장하고 있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와 군, 여야를 분열시키려는 뻔뻔한 술책이다. 한미 공조와 여야 초당적 협력으로 무력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