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은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멈춰 설 위기다. 노동조합은 기본급 9.5% 인상과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분, 인사·경영권 관련 안건 등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오는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생산 차질은 물론 신규 수주와 고객사 신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노조는 2대 주주인 삼성전자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들이며 갈등의 전선을 그룹 전체로 확대하는 강수를 뒀다.
노조는 지난 3월 조정 결렬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월 부분 파업을 거쳐 5월에는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을 단행했다. 이후 연장 및 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이어왔다. 지난달 세 차례 사후 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팽팽한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사측은 임직원 평균 급여와 복지 인프라가 이미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상위 수준이라며 기본급 6.2% 인상, 일시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노조의 강경한 태도가 회사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5월 5일간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만 1500억원에 달한다. 만약 이번 예고대로 3주간의 파업이 강행되고 공정이 멈춰선다면 피해액은 수천억 원을 넘어설 것이 자명하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현장은 살아있는 세포를 연속 배양하는 초정밀 공정으로, 일반 제조 공정과는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온도와 습도, 영양분 공급 등 공정 제어 시스템이 단 몇 분이라도 멈추면 세포는 사멸하고 항체 단백질은 변질된다. 치료제 기능을 잃고 ‘폐기물’로 분류될 뿐이다.
수주 산업인 바이오 사업에서 공급망 리스크는 곧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하락으로 직결된다. 대규모 장기 공급 계약의 경우 생산 안정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노사 문제가 장기화하는 것은 고객사를 불안하게 할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존 림 대표도 이런 상황을 우려해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생산 차질과 공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신규 수주에 영향이 우려될 뿐 아니라 기존 고객사와 오랜 신뢰마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급기야 노조는 1대 주주가 아닌, 2대 주주 삼성전자까지 끌어들였다. 사측과의 협상이 한계에 부딪히자 ‘갈등 전선’을 그룹 전체로 넓힌 것이다. 지배구조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3.06%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며, 삼성전자는 지분 31.2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노동조합법상 교섭은 실질적인 사용자(근로계약 당사자)와 진행해야 한다. 독립된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경영을 책임지는 별도 상장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두고 그룹사를 직접 겨냥하는 것은 법리와 상식에 어긋나는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노조의 본질은 해당 기업 근로자의 실질적 권익 보호에 있어야 한다. 특정 기업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거나 상급 단체 주도의 정치적 투쟁을 위해 그룹사 전체를 볼모로 삼는 것은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이익과도 거리가 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에 필요한 것은 명분 없는 확전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이다. 법과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생산적인 노사 파트너십을 고민해야 한다. 2차 총파업 돌입 전까지 남은 2주 남짓한 시간은 공멸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강문규 중기벤처바이오부장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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