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약취·유인 범죄 5년 새 두 배 육박
유인미수 사건도 급증…지난해 133건
초등생 유괴미수 피고인들 불구속 재판
與 김동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헤럴드경제=윤채영 기자] #.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20대 남성들이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 4명을 차량에 태우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약 5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아이들에게 접근했고, 달아나는 아이들을 차량을 후진시켜 쫓아가기까지 했다. 사건 발생 1년 만인 지난 8월 피고인들은 불구속 기소됐고, 현재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약취·유인 범죄가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9월까지 전국에서 320건 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하루 한 건꼴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괴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에서는 올해 발생 건수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를 넘어섰다.
아동 유괴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의 엄정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사 과정에서는 구속영장 재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가 이뤄지는 등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이 집계한 전국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2021년 193건에서 지난해 338건으로 약 1.8배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221건, 2023년 258건, 2024년 233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9월까지 322건이 발생해 지난해 연간 발생 건수에 근접했다.
서울 지역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서울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2021년 45건에서 지난해 67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73건이 발생해 이미 지난해 연간 발생 건수를 넘어섰다.
특히 미성년자를 꾀어 데려가려다 미수에 그친 ‘유인미수’ 사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유인미수 사건은 2024년 53건에서 지난해 133건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 126건이 발생했다. 서울 역시 2024년 15건에서 지난해 30건으로 두 배 늘었으며, 올해는 9월까지 29건이 집계됐다.
유인미수 사건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서대문구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에서는 수사당국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들은 사전에 아이들을 차에 태우기로 공모했으며, 운전자가 대상을 골라 “쟤 귀엽게 생겼다, 말 걸어봐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짬뽕 먹으러 갈래? 집까지 태워다줄게”라며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 9월 피의자 3명을 긴급체포하고 이 가운데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혐의사실·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도망 염려 없음”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지난 16일 열린 첫 공판에서도 피고인 측은 유괴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아이들을 유인해 차에 태우거나 지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3월 피의자 2명을 유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으며, 검찰은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한 뒤 지난 8월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가 추가됐지만 이후 경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 이후 1년 넘게 학부모들은 등하굣길마다 불안에 떨고 있는데, 피고인들은 ‘단순한 장난’이라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며 “아이를 노린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 특히 아이들의 안전은 국가의 가장 큰 책무”라며 “아동 대상 범죄는 수사·기소 단계부터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서대문구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 이후 신속한 수사와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과잉대응이 안 하는 것보다 100배 낫다”며 “관련 부처는 말이 아닌 즉각적인 행동·실천으로 국민 신뢰 회복에 나서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확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모르는 사람에 의한 아동 약취·유인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적극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폐쇄회로(CC)TV와 디지털 포렌식 등을 활용해 고의성을 입증하고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까지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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