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선임기자(국장)의 자치광장]오세훈, 시장직 사퇴·총선 연패 딛고 서울시장 복귀…정치적 부침이 만든 서사...부동산·도시경쟁력 해법으로 시대정신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에게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읽어내는 ‘시대정신’과 그 과제를 짊어질 만한 인물임을 보여주는 ‘서사’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에 오른 김영삼·김대중(민주화)·노무현(균형 발전)·이명박(성장 아이콘)·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각기 다른 정치적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시대적 과제와 정치적 이야기를 구축했다.
민주화와 정권교체, 경제성장, 복지, 촛불정국, 정치개혁 등 시대마다 요구되는 과제는 달랐지만, 정치적 고비를 넘어서는 과정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 역정도 주목할 만하다. 화려한 출발과 추락, 정치적 공백, 극적인 복귀에 이어 다시 사법적 위기를 맞았다가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과정은 그의 정치적 서사를 구성하는 주요 장면이다.
오 시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유명 방송 진행자를 거쳐 정치권에 입문했다. 서울 강남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정치개혁 관련 입법 활동으로 주목받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서울시장에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순탄했던 정치 행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급격히 꺾였다.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정치적 공백기를 보냈고, 종로와 광진에서 치른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한때 서울시장으로 정점에 섰던 정치인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시기를 겪은 것이다.
반전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찾아왔다.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복귀한 오 시장은 이후 선거를 거치며 서울시정을 이끌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예상를 뒤엎고 다시 당선됐다면 민선 서울시장 5선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이번에는 사법적 위기가 찾아왔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기소됐고, 1심에서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10월 23일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적 부담을 덜게 됐다.
이번 판결은 오 시장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다. 다만 무죄 판결 자체가 곧바로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이나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판결의 의미와 별개로 향후 정책 성과와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자신의 정치적 부침을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기록에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 비전과 연결할 것인지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오 시장이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는 핵심 분야다. 재개발·재건축 규제와 공급 확대,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 문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택 공급 속도뿐 아니라 집값과 전월세 안정, 원주민 보호, 사업의 공공성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서울의 도시경쟁력과 균형발전, 저출생·고령화, 교통·환경 문제도 주요 과제다. 서울시장의 경험을 국가 운영의 비전으로 확장하려면 서울에서 추진한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구체적인 근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는 사실만으로 시대정신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경험을 어떤 정책과 가치로 연결하는지가 중요하다. 오 시장에게 필요한 서사는 과거의 추락과 복귀를 반복해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시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국가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오 시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은 향후 정치 행보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서 정부와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하고 실제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오세훈의 서사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정치적 부침과 서울시장 복귀, 사법적 위기와 그에 대한 판결은 서사의 재료일 뿐이다. 그 재료를 시대적 과제에 대한 해법으로 엮어낼 수 있을지, 그것이 오 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를 가늠할 핵심 질문이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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