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최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당일치기로 중국을 방문했다. 2014년 완공된 이 다리는 중국이 건설 비용 전액을 부담했지만, 북한 측 사정으로 12년간 개통되지 못했다. 대중 의존도 심화를 경계하던 북한이 이제는 경제협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 다리를 공개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북·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기리는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아 양국의 ‘혈맹’ 관계를 강조하고 자동차 공장도 방문했다. 귀국길에는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중국 측 인사들과 다리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양국의 역사적 유대를 부각했다.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어,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번 방중의 의미를 대미 전략만으로 볼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 협력을 강화해 온 북·러 관계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북·중 관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으면서 북·중·러 밀착이 한층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남 적대 정책을 노골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3명이 다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군의 군사분계선(MDL) 경고사격을 도발로 몰아세우며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와 추가 군사 대응까지 위협했다. 남한을 적대하면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하는 ‘두 국가’ 노선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사실상 묵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중·러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약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공조마저 삐걱대고 있다. 대북 정보 공유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역할 등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를 ‘난기류(turbulence)’에 비유했다. 대북 정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한미 간 조율마저 흔들린다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주요국의 논의에서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한미 안보·정보 협력의 빈틈부터 메워야 한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조율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대북 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해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