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연, 스티커 방식으로 15㎛ 초박막 전해질 구현

- 전극 손상·두께 불균일 해결, 고성능배터리 생산 기대

강영구(왼쪽부터) 책임연구원, 추슬기 석사후연구원, 박명수 선임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강영구(왼쪽부터) 책임연구원, 추슬기 석사후연구원, 박명수 선임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저장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전고체전지 제조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강영구·박명수 박사 연구팀이 고체전해질을 별도 기판에서 얇고 균일하게 만든 뒤 전극에 옮겨 붙이는 ‘전사 인쇄’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화재 위험을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고체전해질을 얇고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기존 필름 제조 방식은 찢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두께가 70~120마이크로미터(㎛)에 달했다. 전극에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직접 바르면 전극 내부로 소재가 스며들어 변형되거나 두께가 불균일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닛계 산화물 고체전해질인 ‘LLZTO’를 활용한 전사 인쇄 공정을 개발했다.

먼저 특수 기판 위에 고체전해질을 얇게 코팅하고 건조한 뒤, 완성된 막을 롤러로 압착해 전극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스티커를 떼어 원하는 표면에 붙이는 원리와 비슷하다.

전사 코팅하기 전 고체전해질(오른쪽) 및 전사 후 고체전해질(왼쪽).[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전사 코팅하기 전 고체전해질(오른쪽) 및 전사 후 고체전해질(왼쪽).[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특히 소재 간 친화도를 수치화하는 ‘한센 용해도 지수(HSP)’를 활용했다. 코팅할 때는 전해질이 기판에 고르게 퍼지고, 전사할 때는 쉽게 떨어지도록 소재 조합을 최적화했다. 반복적인 시행착오 없이 공정에 적합한 소재를 선택할 수 있는 정량적 설계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가로 6㎝, 세로 20㎝의 총 120㎠ 면적에서 평균 두께 15㎛, 두께 편차 약 1㎛의 균일한 고체전해질 막을 구현했다. 반면 기존 직접 코팅 방식은 더 작은 면적에서도 두께가 10~25㎛로 불균일했다.

배터리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전사 인쇄 방식으로 제작한 전지는 1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3.6%를 유지했다. 기존 직접 코팅 방식의 용량 유지율 36.1%보다 47.5%포인트 높은 수치다.

리튬이온 전도도 역시 기존 폴리에틸렌(PE) 분리막 기반 비교군보다 약 50% 높았으며, 리튬이온 전달수는 약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시험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파우치형 전지를 150℃에서 2시간 30분 동안 시험한 결과, 전사 인쇄 전지는 안정적인 전압을 유지했다. 반면 기존 PE 분리막 기반 전지는 분리막 수축으로 내부 단락이 발생해 약 10분 만에 전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팀이 개발한 산화물 하이브리드 고체전해질 및 완성된 파우치셀.[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산화물 하이브리드 고체전해질 및 완성된 파우치셀.[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특히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100회 충·방전 후 81.6%의 용량 유지율을 기록해 대면적 배터리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기술은 향후 연속 생산 방식인 롤투롤 공정과 결합해 전고체전지 제조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 수명과 생산수율, 제조비용 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강영구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막을 전극에 직접 바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줄일 수 있어 대면적 생산 시 불량 감소와 생산수율 향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석민 화학연 원장은 “앞으로 한센 용해도 지수 예측 노하우를 AI와 접목해 보호막과 기능성 코팅층 등 다양한 이차전지용 박막 제조에도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9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