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우리나라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낯선 모습의 열대어들. 우리나라 야생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에 반해 ‘반려 물고기’로 기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해외에서 건너 온 물고기들이 우리나라 하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야생 개체가 아니다. 대부분은 관상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외래생물. 어떠한 사정에 의해 하천에 버려지거나 방생된 결과다.
문제는 이 외래생물이 자연에 정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 자연에 정착해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등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국내에서도 사람까지 위협할 수 있는 피라냐 등 이른바 ‘괴물 물고기’가 자연 상태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다. 일부 해외에서는 관상용 물고기가 자연에 정착해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고, 어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발간한 ‘2025년 외래생물 전국 서식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이천시 죽당천에서 구피와 플래티, 비파, 컨빅터시클리드, 카디널테트라 등 6종의 외래 관상어가 발견됐다.
죽당천은 이미 ‘구피천’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곳. 국내 일반 하천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열대어 구피가 무리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어서다.
그 규모도 적지 않다. 충북대 연구진이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죽당천에서 채집한 물고기 1144마리 가운데 무려 1070마리가 구피였다. 조사 대상 물고기의 93.5%에 달하는 수치다.
열대어는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부 하천의 경우 이같은 날씨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죽당천이다. 인근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한 물이 유입된다. 이 때문에 수온이 일반적인 하천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열대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립생태원 연구진 또한 죽당천에 지속적으로 온배수가 유입되고, 관상어의 인위적인 방생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외래어류가 서식하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어종은 번식도 가능해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환경에 사람들이 관상어를 추가로 방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하천에서 이상한 괴물 물고기를 봤다” “열대어가 하천에 살고 있었다”는 등 죽당천에서의 외래생물 목격담이 이어진 바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외래 물고기뿐 아니라 번식 중인 외래 무척추동물까지 발견됐다. 대표적인 것이 ‘마블가재’다. 단성생식으로 번식할 수 있는 외래 가재로, 환경 당국이 관리하는 유입주의 생물이다.
지난해 죽당천에서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서는 알을 품은 마블가재와 어린 가재가 함께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마블가재가 현지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서양다슬기와 가시서양다슬기 등 침입성 외래 연체동물도 여러 조사 지점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환경 적응력과 번식력이 높아 확산할 경우 토착생물과의 경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종들이다.
이 같은 문제는 죽당천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 평택시 서정리천에서도 기존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구피 2마리가 발견됐다.
서정리천 역시 온배수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수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구간이 있다. 국립생태원은 이곳에 열대성 생물이 유입될 경우 겨울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래 관상어 가운데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대형 육식어도 있다는 것이다. 육식어까지 국내 하천에 퍼질 경우, 생태계 교란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5년에도 강원도 한 하천에서 대표 육식어류 ‘피라냐’가 발견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피라냐와 레드파쿠를 누군가 관상어류로 키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올해 2월 발표한 ‘한국의 관상용 골설어목 수입 현황’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수입이 확인된 골설어목 관상어는 총 42종에 달했다.
이 가운데는 최대 1m까지 성장하는 아로와나와 나이프피시, 최대 4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괴물 물고기’ 피라루쿠 등 대형 어종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국내 하천에 유입될 경우 먹이나 서식지를 두고 토착생물과 경쟁하거나, 기존 수생태계의 종 구성을 변화시키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필리핀에서는 대형 육식성 관상어가 자연에 유입돼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사례가 있다. 주인공은 국내에도 1만5000마리 넘게 수입된 ‘클라운나이프피시’다. 최대 1m까지 성장하는 이 물고기는 다른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육식어다.
실제 지난 2009년 필리핀에 태풍이 발생하면서 양식시설에 있던 클라운나이프피시들이 라구나데바이 호수로 유출됐다. 이후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약 2년 만에 전체 어획량의 40%에 달할 정도로 확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같은 문제가 쉽게 일어나기 힘든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열대·아열대 지역의 물고기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죽당천 등 연간 수온이 높게 유지되는 지역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기다 병원체 유입도 경계해야 할 문제다. 실제 선문대·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군산대 공동연구진은 2019년 발표한 연구를 통해 한국에 수입된 관상어들을 조사한 결과, 여러 종류의 세균과 바이러스성 병원체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일부 병원체가 국내 토착어류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수입 관상어에 대한 질병 감시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행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생태계교란 생물과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의 방출·방생·유기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모든 외래 관상어가 이 같은 법적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
국내 하천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구피는 생태계교란 생물이나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돼 있지 않다. 해외에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더라도 국내에서 별도의 위해성평가를 거쳐 법정관리종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해당 법률의 방생 금지 조항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 규제 여부와 별개로 관상어의 무분별한 방생을 예방하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생태원 역시 온배수의 영향을 받는 국내 하천에서 외래 관상어가 살아남거나 정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래생물의 유입 및 분포 변화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대형 육식성 외래어류가 국내 하천, 특히 온배수의 영향을 받는 구간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생물보안 대책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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