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개최

이찬진 “사외이사 독립성·책임성 강화” 주문…CEO 인선 절차도 점검

금융권 “표결 결과보다 논의 과정 투명성 높여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말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앞두고 은행지주 이사회의 독립성과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 강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경영진이 올린 안건을 사실상 그대로 통과시키는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승계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명확한 제도적 기준 없이 인선 과정에 대한 감독 개입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원장은 28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JB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참석했다.

이 원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이사회의 실질적인 경영진 견제 기능이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CEO 승계 절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검토되고 있다. 이 원장은 “현재 마련 중인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는 사외이사가 권한과 여건을 갖추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이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은행지주 이사회의 높은 원안가결 비율도 직접 거론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8대 은행지주 이사회가 처리한 의결 안건 993건 가운데 수정가결은 9건, 보류는 1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찬진(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찬진(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 원장은 “경영진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료 요청, 외부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등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해달라”고 지적했다. 사업 다각화나 경영진 보수·성과평가 등 핵심 경영 현안에서도 회사와 주주의 장기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말 본격화하는 자회사 CEO 인선과 관련해서도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관련 기록 관리까지 승계 전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들은 승계절차를 손질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부터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후보군을 직접 심의·추천한다. 또 임추위원장이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면접에도 참여하도록 했다. 지주 중심으로 진행되던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자회사 이사회의 역할을 넓힌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안가결 비율까지 문제 삼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안건 상정 전 사외이사들과 자료를 주고받고 이견을 조율하는 절차가 상당 부분 선행되는 만큼, 최종 표결 결과만으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안이 가결됐다는 결과만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논의와 검토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충분히 공개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이 원장의 발언이) 반대표를 늘리라는 의미라기보다, 이런 검토 과정과 이사들의 의견 개진이 외부에서도 확인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이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진(왼쪽 두 번째)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찬진(왼쪽 두 번째)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금융권 안팎에서는 감독당국의 주문이 실제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CEO 승계와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공개하고 준수해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별로 이사회 논의 과정과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의 공개 수준에 차이가 있는 만큼 단순히 반대·찬성 표결 건수를 비교하기보다 후보 검증과 이사회 논의·기록 등에 대한 공통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제도개선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금감원과 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면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CEO 선임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을 논의해 3월까지 개선방안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