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개 탈취…단일해킹 역대최대

엘살바도르 정부 보유량 2.3배 규모

바이낸스, 출금 재개 후 5조 순유출

북한 연계 해킹조직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탈취한 비트코인의 가치가 북한의 연간 수출액의 3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축적해 온 엘살바도르 정부가 보유한 양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1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등 가상화폐 전문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북한 연계 해킹조직이 바이낸스를 털어 탈취한 비트코인은 총 1만8270개다. 개당 7만8500달러의 시세를 적용하면 약 14억달러(약 1조8701억)에 달한다.

해킹으로 탈취한 자산 가치가 북한의 연간 상품 수출액 4억6859만달러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 1만1509개보다도 59%가량,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지난 9월 말 기준 투자 및 운영 목적으로 보유한 비트코인(1만8071개)보다도 199개나 많다.

심지어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받아들인 국가가 공식 보유하고 있는 양보다도 많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가 이후 관련 제도를 일부 변경했는데, 엘살바도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약 7820개다. 북한 연계 조직이 이번에 해킹으로 탈취한 양이 그 2.3배에 달하는 것이다. 북한 연계 해킹조직이 지난해 2월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탈취한 가상자산 약 15억달러와 비교해도 4배가 넘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해킹 조직이 이번에 탈취한 가상 자산은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까지 합해 총 63억달러(약 8조4155억)로 추산된다.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단일 해킹으로는 최대 규모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비트쿼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공격자들이 보유한 이더리움은 52만5201개로 집계됐다. 최초로 탈취한 이더리움 외에 다른 가상자산을 이더리움으로 교환한 물량까지 포함해 추산한 규모다. 해당 해킹 조직의 이더리움 보유량을 따져봐도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기업 중 하나인 ‘더 이더 머신’의 보유량 49만5362개를 넘는다.

한편 바이낸스가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한 뒤 서비스를 재개한 이후 고객들이 36억4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를 대거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낸스는 도난당한 가상자산의 95%를 자체 자금으로 보전했다며 고객 불안 진화에 나섰지만, 서비스 재개 직후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면서 거래소에 대한 신뢰 회복이 시험대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이날 가상자산 출금 서비스를 재개한 이후 고객들이 인출한 자금은 같은 날 오후 3시30분(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36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바이낸스 전체 자산의 약 2.1%에 해당한다. 바이낸스는 “서비스 재개 직후 출금 요청이 급증했지만 이후 인출 규모가 안정화하고 있으며, 고객들의 입금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지난 일주일간의 고객 수요를 고려해 출금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1단계 대상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일부 USDC·USDT 스테이블코인 관련 토큰, 도지코인 등 총 15개 토큰이 포함됐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 해커들의 공격으로 총 63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북한이 해킹 배후로 지목돼 왔으나, FBI가 이를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자산 탈취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낸스는 이번 해킹으로 발생한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회사가 부담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낸스는 도난 자산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 자금으로 대체 가상자산을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현정·김영철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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