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 · 경쾌함 · 유치함 · B급코드로 표현되는 키치…스마트폰 익숙해진 장노년층 귀여운 캐릭터 · 엉뚱한 효과음 모바일콘텐츠로 1040세대와 감성교류
“♬문자 볼 때까지 소리지른다. 와아아아아~!♬”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뭐긴 내 문자 오는 소리지.”
장노년층이 유치해졌다.
나잇값 못하는 일부 할아버지,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키치(kitsch)’ 문화를 거리낌없이 향유하는 실버들의 이야기다.
‘키치 실버’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무난히 이해하고 소화한다. 요란한 복장을 입거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습, 특출난 재능 발휘의 형태는 아니다. 30ㆍ40대, 나아가 10ㆍ20대와 감성적인 공감대를 이루면서 교류하는 ‘일상의 회춘‘이다. 이는 비록 소소하지만 기념비적인 변화다.
70대 노익장이 발하는 유쾌함에서 ‘꼰대’ 이미지는 날아가 버린다. 박청희(72) 씨는 스마트폰 ‘전광판‘ 앱에 ‘사랑해’라는 글자를 적어 아내에게 사랑고백을 하기를 즐긴다. 박수항(72) 씨는 영화관 앱을 통해 예전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히어로물 영화를 예약하기도 한다. 김병성(70) 씨는 ‘유단자인가? 어디 천천히 들어와봐’라고 유행어를 쓰면 젊은 세대들이 자지러지는 모습에 익숙하다.
키치는 통속, 경쾌함, 유치함, 조악한 패러디, 저속한 치장, B급 등의 이미지를 갖는 문화 코드다. 그 유래는 1870년대 독일 남부 화랑업계에서 안목 없는 중산층에게 값싼 예술품을 비싸게 속여 판다는 뜻으로 사용된 속어다. 1910년대에 들어 대중적인 패션이나 예술로 의미가 확대됐고, 1960년대 팝아트의 등장으로 더 본격화 됐다.
찢어진 청바지, 가죽바지 느낌을 살린 레깅스 따위가 키치에 속한다. 어리광 떠는 여자 아이돌 가수와 그의 아저씨 팬도 키치다. 로보트 태권V 피규어 인형을 수공으로 제작하는 마니아도 마찬가지다.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와 산리오 사의 헬로키티가 그려진 각종 캐릭터 상품, 게임 속 올망졸망 2~4등신 아바타도 그렇다.
이같은 키치 문화는 비록 ‘대중적’ ‘보편적’이란 수식어로 포장됐지만 노년층과는 분명한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키치가 갖는 가볍고 유치한 속성이 노년의 품격과 둔중함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자칫 ‘노망’처럼 비쳐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바뀐 세상은 키치의 소비층을 만들어낸다.
키치의 태동 자체도 19세기 중반 부르주아 계층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프랑스의 사회이론가 장 보드리야르는 “키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되는데, 이 수요는 사회적 지위이동에 따라 결정된다. 사회적 이동이 없는 사회에서는 키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키치 실버’는 여기서 지적한 사회적 지위이동을 이룬 부류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지위를 끌어올렸을까. 전보다 더 많은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SNS로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고, 모바일 인터넷으로 궁금증을 즉시 풀었다. 닫혔던 눈과 귀가 세상을 향해 다시 트였다. 또한 스마트폰 자체가 키치 문화를 접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의 콘텐츠는 주요 소비층인 10~20대 취향에 맞춰져 있어 기본적으로 키치하다. 앙증맞고 귀여운 캐릭터와 감각적인 디자인, 엉뚱한 효과음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것들이 5060, 7080세대에 처음부터 편안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은 너무 작고 불편해 글씨를 읽기조차 어려웠다. ‘까똑~’ 이상한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메시지에는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또는 반강요에 의해 사용하다보니 어느새 익숙해져 소소한 기쁨이 되고, 생활의 경쾌함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스마트 세례’를 받은 실버들은 키치 문화를 연결고리 삼아 젊은 세대와 자연스럽게 교감한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출연한 노년 배우들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10대 소녀팬까지 둘 정도로 인기를 얻은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단, 젊은 세대와 완전한 공감은 지나친 욕심이다. 어떤 삶을 얼마나 길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같은 정보를 접해도 해석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의 글에 대해 젊은 세대는 금새 세대와 성별을 감별해 낸다. 잘못 끼어들었다가 ‘쉰내 난다’는 핀잔을 듣기 쉽다.
반응 속도도 더디다. 실수도 많다. 메모장 앱을 놔두고 카카오톡에서 대화글로 혼자 메모를 하는 장년층의 모습이 우스개가 되기도 한다. 2G, 3G 폰을 구하지 못해 구입한 LTE 폰의 데이터 사용료가 두려워 아예 데이터 송수신 기능을 꺼둔 이들도 아직 있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훨씬 희망적이다. ‘요즘 젊은 것들 버릇 없어 말세’란 말이 고대 피라미드에 새겨졌을 만큼 유구한 세대간 갈등이 스마트 세례를 받은 실버들의 맹활약에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조용직 기자/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