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향수 간직하려는 어른들 수억원 넘는 옛 장난감에도 지갑열어
日 전체 완구시장 23%가 어른용 고령화시대 새 고객층으로 발돋움
‘장난감 배의 매력’의 저자인 리처드 T. 클라우스씨. 은퇴한 사업가인 그는 어린 시절 기차를 처음 선물 받은 뒤로, 장난감의 매력에 푹 빠져 반평생인 30년간 19세기~20세기 선박 모형 1000개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 2007년에 10만3500달러를 주고 산 장난감 배는 5년 뒤 경매에서 두배가 넘는 24만7250달러(2억5293만원)에 팔았다. 이 쯤되면 취미를 넘어 선 투자다.
▶취미도 즐기고, 돈도 벌고 =장난감은 더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에선 만화나 영화 속 히어로(영웅) 모양을 그대로 딴 액션피겨나 로봇이 어른들의 놀이이자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은 지 오래다. 스파이더맨, 캡틴아메리카, 스타워즈 등을 어린 시절 만화나 영화로 처음 접한 X세대(미국에선 전후 1960~80년대 초반 출생)가 자기애 성향이 강한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와 공존하는 시대가 되면서, ‘어른 장난감’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옛 것일 수록 가치는 더한다. CNBC에 따르면 동전을 넣고 레버를 당기는 기계식 저금통 ‘저축은행’은 쓸모 없고 유치하기 짝이 없어 뵈지만, 1998년에 경매에서 무려 42만6000달러(4억3639만원)에 낙찰됐다. 어린시절 추억을 얼려둬 영원히 늙고 싶지 않은 ‘키덜트(유아 감성을 지닌 어른)’ 욕망의 교환 가치다. 바클레이스 웰스 앤 레드버리 연구소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장난감 수집가의 18%가 투자 목적, 62%가 단순히 보물을 간직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취미를 겸한 장난감 수집이 ‘대박’ 투자상품이 돼 은퇴자의 새로운 ‘노후준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장난감 시장은 어른에게 정조준 =어른 장난감 시장은 전세계적인 저출산 바람을 타고 쑥쑥 크고 있다.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0년 전세계 인구의 7.9%, 2020년에는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0~14세’는 2011년 26%에서 2020년 24%로 줄어들어 6년 뒤 지구촌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초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의 장난감회사들은 소비자 타깃 연령을 확대해 성공한 모델로 손꼽힌다. 기업 정보서비스업체 컴퍼니앤마켓닷컴에 따르면 일본 전체 완구 시장의 23%가 어른용으로, 다른 나라의 10% 보다 두배 큰 규모다.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연령대별로 ‘45~54세’, ‘65세 이상’만이 향후 10년 내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더구나 20대 청년실업자에 비해 구매력이 큰 이들은 취미에 아낌없이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슈렉’의 액션피겨 미국 제작사 맥펄린 토이즈 측은 장난감 월간지 TD에 “소비자의 노령화가 기업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매년 지속적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인어공주, 초록닌자, NBA 올스타를 총출동 시킨 ‘레고무비’, 올해 나이 86세인 미키마우스를 3D(3차원)로 생생하게 복원시킨 단편이 삽입된 ‘겨울왕국’의 성공 뒤에는 어린시절을 향수하는 X-세대와 Y-세대가 자리해 있다.
몇년전 X-세대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레고 타지마할 세트를 2165달러(221만원)에 샀다고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세대가 더 나이들 무렵 레고의 최대 고객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닌 이들의 할아버지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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