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이 책!
“가을밤이 유독 길 때, 혹은 겨울 해 질 녘에 도쿠리 기울이는 소리를 나 홀로 조용히 듣는 행복이 있다.”(‘저녁 반주의 맛’에서)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사람은 계절의 변화에 바로 반응한다. 늦더위가 물러나고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마음에까지 그 바람이 스미고 괜히 감정이 출렁인다. 어둑어둑 퇴근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따끈한 냄비 요리에 술 한잔 기울이고 싶어진다. 옷깃을 여미고 서둘러 집에 돌아가 소박하게 끓인 된장찌개로 고된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싶기도 하다. 혹은 불현듯 엄마가 해 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에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계절이다.
어릴 때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고 나서야 느껴지는 맛이 있다. 말린 나물이 머금고 있는 햇볕의 맛이라든지, 계란찜처럼 희미하고 아련한 맛이라든지, 코끝이 찡해 오는 와사비의 맛이라든지, 월급날만큼은 누리고 싶은 호사의 맛이라든지…….
어른의 맛은 음식깨나 먹어 봤다고 하는 미식가의 젠체하는 맛도, 상대의 맛 취향을 무조건 깎아 내리고 보는 꼰대의 맛도 아니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맛, 그것이 조미료를 더하고 빼는 걸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어른의 맛이다.
지극히 행복하고 따스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선술집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 따뜻한 술 한잔 들이켜고 싶어지고, 한밤중에 냉장고 속 두부를 꺼내 구워 보고 싶어지고,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조용히 차를 끓이고 싶어지고……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준 음식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질지도 모른다.
바다출판사 기획편집부 편집자 나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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