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138개국 중 26위에 머문 반면, 이번 세계은행(WB) 기업환경 평가에서는 190개국 중 세계 최고수준인 5위를 기록하는 등 기관별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는 평가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객관적 지표 중심으로 평가하느냐, 설문조사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WB 기업환경 평가의 경우 ▷창업에서 자금조달 ▷재산권등록 ▷건축인허가 ▷전기공급 ▷퇴출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생애주기별 10개 평가항목에 대한 통계 및 법령 분석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각각 처리하는 데 필요한 서류, 절차를 진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평가하고 검증단계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보완적으로 활용한다. 한마디로 제도 측면에선 한국이 5위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제도 ▷인프라 ▷교육과 노동 ▷금융시장 ▷기업활동 및 혁신 등 12개 부문에서 114개 항목을 평가하는데 통계방식이 34개(30%), 설문조사 방식이 80개(70%)로 설문조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은 거시경제나 인프라, 고등교육, 정보통신망 등 객관적 지표로 측정한 분야에서는 대체로 10위권대 이내의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나, 설문방식으로 평가하는 노사관계나 정책결정 및 기업이사회의 투명성 등은 후진국 수준이다. 이를 종합한 국가경쟁력이 26위라는 얘기다.
객관적 지표 중심의 평가는 제도나 법령 등에 대한 비교평가로 신뢰성이 높지만, 간접규제나 소극적 행정 또는 사회적 관행, 노동ㆍ입지ㆍ환경 등의 규제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설문조사 방식은 평가당시의 경제ㆍ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단점이 있지만, 기업인이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규제의 수준이나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기관의 평가를 종합하면 한국은 제도적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법령의 정비 등을 통해 선진국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표로 나타나지 않는 사회적 관행이나 간접규제는 아직 갈길이 멀다.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정책결정의 투명성과 노사관계의 변화 등 소프트웨어적 혁신, 즉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시급한 것이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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