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수시출입 靑 정문 가보니
바리케이드는 삼엄했다. 소지품도 내보여야 했다. 경비단은 경광봉을 들고 줄지어 있었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호원은 옥상에서 사방을 내려다봤다. 이동방향을 따라 무전 소리가 이어졌다. 청와대 정문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경찰 노고를 말하면서도, ‘최순실 청와대 출입의혹’에 허탈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 씨가 수시로 청와대를 들락날락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던 지난 2일 저녁 청와대 정문으로 향했다. 20대 초반 의경들은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비를 맞으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202경비단 소속 직원이 길을 막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반대편 북촌마을로 걸어간다고 답했다. “혼자서 왔느냐”, “걸어서 지나가실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물었다. 주머니 소지품도 보여달라 했다. 근거 법령이 무엇인지 물었다. 직원은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고 했다. 사는 집 주소까지 물었다.
청와대로 남쪽 인도를 따라 삼청동 쪽으로 걸었다. 영빈문에서 사진을 찍었다. 경찰관이 “관광오셨나”며 말을 걸었다. 최순실로 시끄럽기에 구경왔다고 했다. 시화문을 가리키며 이 문으로 최 씨가 들고 난 거냐고 물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전 잘 모르겠네요”라고 했다. 요즘 분위기는 어떠냐고 물었다. “저희는 그냥 평소처럼 일하려 합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연풍문을 지나 춘추문에 도착했다. 정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고 길을 건넜다. 청와대로 북쪽 인도를 따라가려 했다. 바로 제지당했다. 출입증이 없으면 청와대로 북쪽 인도는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 신분을 밝혔다. 기자증 내지 명함을 보여달라고 했다. 언덕 밑에서 경찰관 2명이 뛰어올라 왔다. 방문목적이 뭔지 한참을 물었다.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고자 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28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보도한 청와대 경호책임자 경질 의혹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 경찰관리관과 서울지방경찰청 101단장은 2년 단위로 엇갈리게 인사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건 그렇다고 했다.
결국 청와대로 북쪽 인도로는 갈 수 없었다. 친구 2명과 같이 북촌마을에 간다는 정모(47) 씨는 “가방검사 응하는 게 맞는 건 아는데 불쾌하더라”며 “‘최순실은 그냥 간다면서요. 열고 싶으면 직접 여세요’하고 가방을 들이밀었다”고 했다.
영어단어가 빼곡하게 적힌 종이쪽지를 들고 공부하며 길을 걷는 여학생도 청와대 정문을 지났다. 인근 배화여고 2학년 김모(17) 양이었다.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경찰 아저씨들 일 열심히 하시는 건 같은데, 대통령 친구라는 이유로 막 들어갔다니 1학년 때 배웠던 ‘법과 정치’랑 우리나라는 너무 다른 것 같아요.”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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