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병원 노동자 10명 가운데 7명이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연장근로의 대가인 시간외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전국의료산업노련이 소속 8개 대학병원의 간호사·의료기사·간호조무사·보조원(의료·사무)·사무행정·시설 노동자 1092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4%가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고 답했다. 특히, 병원 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간호사의 경우 응답자 83.7%가 이같이 답했다.
응답자들의 하루 최장 연장근무시간은 3.76시간이었다. 연장근무 발생 원인은 ‘일상적인 업무 하중 때문’이라는 답변이 62.5%로 가장 많았고, ‘주변 눈치 때문’이라는 대답은 1.9%에 불과해 연장근무가 만성적이고 관행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연장근무에 따른 시간외근로수당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71.8%가 ‘시간외 근로수당을 정확하게 지급받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시간외 근로수당을 신청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전체적으로 신청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50%)라는 응답과 ‘신청기준과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15%)라는 답변이 많았다. ‘관리자가 눈치를 주거나 신청하지 말도록 요청해서’라는 응답도 11.1%나 됐다. 결국 병원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연장근무를 하고, 정작 수당을 신청할 때에는 관리자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이들에게는 밥 먹을 시간을 따로 내기도 힘든 형편이다. 근무시간 중 식사시간(3교대 중식 기준)이 보장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30%가 ‘없다’고 답했으며, 식시시간이 ‘2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35.1%로 가장 많았다.
그렇다고 법으로 보장된 휴가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응답자들의 평균 연차유급휴가 사용률은 68.5%에 그쳤다.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부서 동료에게 피해를 줄까 봐’라는 응답이 75.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소 인원으로 빡빡하게 돌아가는 병원에서 이른바 ‘임신순번제’ 같은 악습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노동조건은 병원 노동자들의 직업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노동환경 항목의 경우 5점 만점에 2.7점에 불과했다. 이직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5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의료산업노련 관계자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 대학병원에서 ‘하루 6시간 노동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더니 환자 회복속도가 빨라지면서 사고 발생률이 낮아지고, 직장만족도가 높아졌다”며 “우리나라 병원들이 인력투입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여 나갈 수 있도록 법·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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