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꼬리 리스크(Tail Risk)’ 경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꼬리 리스크’는 통계학의 정규분포에서 나온 말로,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현실화하면 경제ㆍ금융시장을 뒤흔들어놓을 잠재적 폭발력을 가진 변수를 말한다. 통계학의 정규분포는 평균값을 중심으로 종모양으로 형성돼 양옆으로 갈수록 평균값이 낮아지고 발생확률도 적어진다. 하지만 이 꼬리 부분의 확률이 갑자기 높아지면 대격변이 발생하는 것에서 ‘꼬리 리스크’가 유래했다. 1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트럼프의 정책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기인 2017~2018년에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미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시장도 초기의 ‘패닉(공황)’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미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고, 금융시장 불안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트럼프 당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보이지만, 월가에선 ‘꼬리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선거결과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우선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소비자들의 행태는 주가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고, 최근 시장흐름이 양호했지만 향후 수주간 시장의 변동성이 더 확대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금융시장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상당기간 동결할 가능성도 50% 이상으로 높아진 상태다.
국제금융센터는 하지만 월가 분석가들 사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미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기업투자 및 고용 둔화, 소비자 및 기업신뢰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주변에 정책운용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많지 않는 점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으며, 미 연준이 내년부터 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장기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트럼프의 선거공약 등을 감안할 때 내년과 2018년의 미 경제성장률은 종전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2019년 이후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반세계화 성향을 감안할 때 외환조작 혐의가 있는 국가들에 대한 보복조치가 예상되며, 불법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확인작업’(E-verify)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외환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측면의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비세를 대폭 삭감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를 감안할 때 초기에는 경기부양 효과가 있더라도 점차 그 효과가 약해지면서 종국에는 경기후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2017~2018년 경기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물가가 높아지면서 정책적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직후 거의 ‘패닉’에 빠졌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긴 어렵다. 특히 미국의 경제현실에서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 FTA 재협상과 고율의 관세부과, 법인세 등의 대폭적인 삭감이 실제 현실화할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이 ‘꼬리 리스크’의 충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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